주가 뒤의 숫자
경동도시가스 통장에 3200억...시총은 왜 1270억에 멈췄나
한 해 260억 벌고도 배당은 51억...자본 4899억에 PBR 0.26배

시가총액 1,270억원인 경동도시가스가 보유한 현금과 단기금융자산만 3,243억원에 달한다. 풍부한 현금을 안고도 주가는 10년째 2만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총차입금은 43억원에 불과하다. 차입금을 뺀 순현금만 3,2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2.5배에 달한다. 6월 말 기준 자본은 4,899억원이다. 시가총액은 자본의 4분의 1(PBR 0.26배)에 불과한 평가다.
그렇다고 실적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1977년 전신 울산에너지로 출발해 2017년 지주회사 분할로 새로 출범한 경동도시가스는 울산광역시와 경남 양산시에 천연가스를 독점 공급한다. 가정용 난방 연료를 공급하는 다른 도시가스사와 달리 전체 판매량의 75%가 울산 공단으로 들어가는 산업용 물량이다. 지난 9년 동안 적자 한 번 없이 매년 평균 2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240억원을 거뒀다.
실적과 반대로 가는 주가의 원인은 닫힌 성장성과 인색한 주주환원이다. 알래스카 LNG 도입 등 가스 공급망이 통상 이슈로 떠올랐지만 소매 도시가스는 지자체의 요금 통제를 받는 규제 사업이다. 울산 석유화학 단지의 가동률 둔화와 대형 공장의 LNG 직수입으로 판매량 증가도 꺾였다. 주주환원 역시 인색했다. 매년 300억원의 이익을 올리면서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51억원(주당 875원)에 머물렀다. 배당성향 16%에 그치면서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은 이익은 고스란히 회사 내부에 쌓였다.
경동도시가스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대형 고객사들이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직접 들여오기 시작하자 회사는 2018년 도시가스사 최초로 직수입 배관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가스를 직접 팔지 못해도 자체 배관망을 활용해 매달 배관 임대료를 거두는 구조다. 올 상반기에도 배관 임대와 공사부담금으로 3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공단 지하에 깔린 독점 배관망이 물량 이탈을 방어하는 수단이 됐다.
경영진을 교체하며 변화도 모색했다. 지난 8월 21일 임시주총을 열고 30년 넘게 현장을 지킨 안전 전문가 손현익 전 경동이앤에스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송재호·손현익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손 대표는 취임사에서 "본업의 기틀 위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며 수소 충전과 에너지 관리 신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대표이사 교체 소식에도 주가는 2만 1,00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시장은 3,200억원의 순현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기다리고 있다. 지주회사 경동인베스트와 최상위 경동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속에서 사업회사의 현금은 수년째 뚜렷한 용처를 찾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현재 주가 21,550원에는 울산 공단의 배관망이 가동되는 한 이익은 이어지겠지만 그 과실이 일반 주주에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단기차입금이 없고 총차입금이 43억원에 불과한 재무구조는 안정의 징표인 동시에 자본 배분의 정체를 뜻한다. 51억원에 그친 배당을 늘리거나 3,243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신사업 투자로 집행해야 한다. 그런 결정이 공시되기 전까지는 1,270억원의 시가총액이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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