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순자산 1조원에 시총 2900억...한국자산신탁 누른 7000억의 족쇄
PBR 0.29배로 코스피 최저 수준...신탁계정대 7056억 회수와 2019억 충당금 털어내기

저PBR 기업 명단 공개를 앞둔 이달 초 한국자산신탁은 배당을 늘리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본사를 둔 한국자산신탁은 아파트와 상가를 짓고 분양하는 부동산 신탁사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9배에 머물러 있다. 22년 동안 적자를 낸 적이 없지만 시가총액은 2,968억원으로 자본 1조 833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자산신탁 순자산이 70% 넘게 깎인 이유는 분양이 안 되거나 공사가 멈춘 현장에 직접 빌려준 신탁계정대 7,056억원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자산신탁은 신탁계정대 가운데 2,01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털어냈다. 빌려준 돈 대비 손실 반영 비율인 충당금 설정률이 28.6%에 달해 떼일 위험을 감안하고 100원 중 29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전체 대출채권 1조 3,052억원 가운데 연체 등으로 건전성이 떨어진 고정 이하 여신도 6,505억원(49.8%)이다.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 호황기에 신탁계정대 부담을 스스로 짊어졌다. 수수료만 받는 관리형 신탁과 달리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는 차입형 신탁은 자기 자금을 투입하므로 호황기에는 1,000억원 넘는 순이익을 남기지만, 불황기에는 위험이 고스란히 신탁사로 넘어온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지방 주택 현장이 멈춰 서자 시공사 대신 투입한 공사비가 신탁계정대에 갇혔다.
다만 올해 상반기 신탁계정대 잔액이 지난해 말 8,026억원에서 7,056억원으로 12.1% 줄어들며 변화가 감지된다. 공사 완료나 분양 대금으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1년 전 83억원에서 세 배 넘게 늘었다. 한국자산신탁은 상반기 보고서에서 "채권의 회수시기와 회수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손실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얹고, 정상 사업장에서는 원금을 빼내는 정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수도권 재건축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서 평촌 꿈마을 등 3개 구역의 예비사업시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방 미분양 물량 해소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입형 사업을 줄이고 도시정비 신탁으로 체질을 바꾸면서 대규모 부실이 추가로 터져 나올 위험은 줄어들고 있다.
지금 주가 2,425원은 한국자산신탁 자본 1조원 가운데 7,000억원 이상이 부실로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을 담고 있다. 부채비율 55.6%의 재무구조와 연간 수백억원을 버는 영업력은 기업가치 평가에서 빠져 있다. 하반기 준공 사업장에서 신탁계정대 7,000억원이 실제로 회수되는 흐름이 공시로 확인되는 순간 0.29배라는 평가는 유지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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