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주가 떨어져 순이익 6배 늘어난 세경하이테크...보통주 50% 전환 대기

2분기 영업이익 34억원에 순이익 208억원...파생상품 평가이익 167억원 뒤편에 기존 주식 절반 지분 희석 대기

리지

세경하이테크2분

Illustration by Gemini

스마트폰 외관용 데코필름과 폴더블폰 특수필름을 만드는 세경하이테크는 올해 2분기 기묘한 실적을 냈다. 매출 863억원에 영업이익은 34억원에 그쳤지만 당기순이익은 208억원으로 여섯 배 넘게 늘었다. 제품을 팔아 남긴 본업의 영업이익률은 4%에 불과한데 최종 순이익률은 24%에 달했다. 이 수치만 보면 세경하이테크가 장부상으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셈이다.

세경하이테크는 2006년 창업주 이영민 대표가 모바일 기기용 기능성 필름을 만들기 위해 세운 부품 제조사다. 삼성전자 등에 스마트폰용 필름을 공급하며 201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런 2분기 순이익의 실체는 반기보고서 주석에 드러나 있다. 주석을 보면 금융수익 항목에 주가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파생부채평가이익 167억원이 잡혔는데, 2분기 순이익 208억원 가운데 80%가 이 평가이익에서 나왔다. 세경하이테크가 과거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는 투자금을 돌려받거나 보통주로 바꿀 권리가 걸려 있다. 주가가 떨어져 전환권 가치가 하락하자 장부상 부채가 줄어든 만큼을 회계상 이익으로 돌렸다. 실제로 벌어들인 현금에는 변함이 없지만 주가가 떨어진 결과로 장부상 이익만 부풀어 오른 것이다.

회계기준에 따라 파생부채 평가손익을 장부에 반영하는 것 자체는 정해진 절차다. 주가가 내릴 때 장부상 이익이 잡히는 것 역시 회계기준이 정한 처리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장부상 흑자 뒤편에서 주가 하락에 따른 실질적인 부담이 장부 밖으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가가 떨어지자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가액을 낮추는 조정(리픽싱)이 이어졌다.

세경하이테크는 지난 6월 30일 주가 하락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가액을 4,043원에서 3,155원으로 22% 낮췄다. 전환가액이 내려가면서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 수는 1,392만 주에서 1,784만 주로 392만 주 늘었다. 세경하이테크의 전체 발행 보통주 3,554만 주의 절반(50.2%)에 달하는 규모다. 주가가 떨어져 장부에는 167억원의 순이익이 찍혔지만 그 대가로 기존 보통주의 절반이 넘는 신주가 시장에 풀릴 부담을 안게 됐다.

세경하이테크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최저가와 리픽싱 2,500 5,000 7,500 10,000 12,500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 2026 5,648 4,085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주가가 2,580원까지 밀리며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가액이 3,155원으로 낮아진 구간이다.

이 상환전환우선주의 발행 내력은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모펀드 운용사 이상파트너스가 세경하이테크를 인수한 뒤 2차전지 소재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며 563억원 규모로 발행한 물량이다. 당시 회사는 새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매출 대부분은 스마트폰 필름에서 나온다. 경영진은 현금 유출입이 없는 회계상 평가 수치라고 선을 긋지만 주주들이 마주한 보통주 50% 전환 대기는 지분 가치를 직접 희석시킨다.

주가가 떨어져 생긴 순이익은 주가가 반등하면 다시 장부상 평가손실로 바뀐다. 반면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늘어난 전환 물량은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저절로 줄어들지 않는다. 장부의 208억원 흑자 뒤편에 3,155원에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1,784만 주 잠재 매물이 대기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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