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동국씨엠, 세계 1위 올랐는데 주가는 0.15배...1조 빚과 500억 이자
아주스틸 인수로 생산능력 1위...반기 이자비용만 244억원에 달해

동국씨엠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5배다. 자본총계 1조478억원인 동국씨엠의 시가총액은 1,597억원에 머물러 있다. 시장이 동국씨엠의 순자산을 장부가치의 15%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도어, 고급 건축물 외벽에 쓰이도록 철판 표면에 색과 무늬를 입혀 생산하는 컬러강판을 만들어 연 2조7,000억원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받는 시장의 평가로는 낮다.
동국씨엠은 모태인 철강 기업 동국제강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2023년 6월 냉연강판과 컬러강판 사업을 인적분할해 세운 전문 철강기업이다.
0.15배라는 낮은 평가는 지난해 단행한 승부수에서 비롯됐다. 동국씨엠은 지난해 1월 업계 4위인 아주스틸을 1,285억원에 인수하며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 컬러강판 기업으로 올라섰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34.4%로 넓히며 경쟁사와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인수와 함께 아주스틸이 보유한 유형자산 6,000억원과 유형자산의 2.8배에 이르는 부채 1조6,600억원이 고스란히 연결 장부에 반영됐다.
인수 전 80%대이던 부채비율은 159%로 뛰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7,842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불황에 빚을 내 사업을 확장한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형은 2조7,000억원대로 커졌지만 2025년 동국씨엠은 연결 기준 388억원의 영업손실과 69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경영진은 위기 극복을 자신했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상훈 대표는 "유례없는 통상 이슈·내수 침체·불공정 수입재 유입 등으로 수익 악화를 겪었다"면서 손실 폭을 줄여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추고 구매력을 키워 2030년까지 판매량 100만t, 매출 3조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결산 배당 하한선을 주당 300원으로 정하며 주주환원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석을 살펴보면 재무 상황은 여전히 빠듯하다. 상반기에 지급한 이자만 272억원, 손익계산서에 반영된 이자비용만 244억원이다. 영업이익 300억원 가운데 81.3%에 달하는 이자비용 244억원이 금융비용으로 나가면서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35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인수한 아주스틸이 상반기에도 8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연결 실적을 끌어내렸다.
철강 시장을 둘러싼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신문에는 열을 가해 아연을 도금하는 열연도금강판이 중국산 저가 공세로 15% 이상 싼값에 밀려들며, 국산 고급 냉연도금강판까지 단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덤핑 관세를 피해 우회 수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빚을 내 늘린 생산능력이 가동률 저하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금 주가 5,340원에는 세계 1위라는 타이틀 대신 연 500억원에 이르는 이자를 물며 인수한 아주스틸의 손실을 언제 털어낼지 모른다는 시장의 계산이 깔려 있다. 아주스틸이 흑자로 돌아서고 본업의 현금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는 숫자가 공시로 확인되기 전까지 0.15배의 장부는 위험을 반영한 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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