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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에 1조 가까이 쓴 정부...KDI가 잰 R&D 효과는 0.4%p
생산성 1%p 오르면 고성장 확률 4%p 상승...서비스업에선 R&D 대신 무형자산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무엇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년 뒤 고성장 기업이 될 확률을 놓고 요인을 하나씩 갈라 따져봤다. 지금 그 확률이 10%인 제조업체에서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이 1%p 높아지면 확률은 4%p 올라 14%가 됐다. 반면 1인당 연구개발(R&D) 투자를 한 단위 늘렸을 때 오르는 폭은 0.4%p였다. 열 배 차이다.
1971년 문을 연 KDI가 정책 현안을 짧게 정리해 내놓는 KDI FOCUS 시리즈의 보고서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에 담긴 추정 결과다. 규제연구실장 김민호가 썼다. 정부가 기업을 키우겠다며 짜놓은 지원체계를 성장 요인에 맞게 다시 세우자고 제안하기 위해 쓴 보고서다.
연구진은 통계청 「기업활동조사」로 창업 8년에서 19년 사이 기업을 집계했다. 이 구간에서 고성장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11년 14.4%였다. 2020~22년에는 7.8%로 떨어졌다.
여기서 고성장 기업은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0%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연구진은 기업활동조사 자료에 기업의 규모와 업력, 생산성과 혁신 투자를 넣었다. 그리고 3년 뒤 이 문턱을 넘어설지를 패널 로짓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R&D 지원을 줄이라는 말인가. 연구진은 그렇게 읽지 말라고 단서를 달았다.
정부가 기업의 총요소생산성을 직접 끌어올릴 수단은 없다. 연구진은 R&D를 "TFP 제고보다 실행이 용이한 정책 레버"라고 적었다. 계수가 작다고 그 수단을 버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R&D 투자는 인력과 조직역량, 수출과 시장 확장, AI 활용 같은 보완 요인과 연계될 때 고성장 전환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진다고 연구진은 봤다.
연계되는 방식은 업종마다 달랐다. 제조업에서는 특허를 가진 기업과 수출이 활발한 기업, AI를 쓰는 기업의 고성장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진이 제조업과 따로 떼어 추정한 서비스업에서는 그 자리를 1인당 무형자산과 디자인권·상표권 보유가 차지했다. 1인당 R&D 지출은 서비스업에서 고성장과 늘 유의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사람을 더 뽑는 기업의 고성장 확률이 높다는 결과는 두 업종에서 똑같이 나왔다.
그렇다고 서비스업에서 생산성이 덜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뒤집히는 자리가 표본에 있다. AI 활용은 2017년부터 조사돼 서비스업 분석에 쓸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이 변수를 빼고 2006년부터의 자료로 다시 추정하면 서비스업에서도 총요소생산성이 고성장 확률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난다. 연구진은 서비스업에서 생산성과 무형자산이 서로를 대신하기보다 보완한다고 봤다.
연구진이 2023년 정부의 스케일업 지원사업을 추려 보니 8,131건에 약 9,811억원이 집행됐다. 그 대부분은 100개 안팎의 기업을 뽑아 연구개발비를 대주는 방식이었다. 연구진은 이 체계가 생산성 향상 같은 핵심 성장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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