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고독사 절반 넘는 54%가 50·60대 남성...80세 이상은 5%뿐
집주인 최초 발견 비중 43%...사회복지 종사자는 8% 그쳐

흔히 고독사라고 하면 쪽방촌이나 시골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다 쓸쓸히 숨을 거두는 80대 독거노인을 떠올리곤 한다. 정부 대책이나 지자체의 예방 사업도 노인 복지의 연장선에서 주로 다뤘고, 사회 시선도 늘 그 메마른 풍경에 머물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공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고독사 사망자 3,924명 중 80세 이상은 202명으로 5.1%에 그쳤다.
실제 통계의 한가운데에는 전혀 다른 이들이 서 있다. 다름 아니라 일할 나이에 속하거나 은퇴를 맞은 50·60대 남성들이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3,924명 중 남성은 3,205명으로 전체의 81.7%를 차지해 여성(605명)의 5.3배였고, 그중에서도 50대 남성이 1,028명, 60대 남성이 1,089명으로 두 연령대 남성을 합친 인원만 2,117명에 달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고독사 100건 중 54건이 이들 50대와 60대 남성의 죽음이었다. 한국 고독사의 중심에 중장년 남성이 서 있는 것이다.
왜 50·60대 남성이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일까? 힌트는 노동 시장의 가파른 절벽과 복지 제도의 공백에 있다. 50대와 60대는 주된 일자리에서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사업 실패로 밀려난 뒤 재취업 길마저 막히며 급격한 단절을 겪는 때다. 여기에 소득 단절과 빚이 겹치면 가족 해체와 이혼으로 이어지고, 건강 악화까지 덮치면 사회적 관계망은 순식간에 끊어지고 만다. 문제는 복지 체계에서 50대와 60대 초반 남성은 여전히 근로 능력이 있는 성인으로 분류돼 공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공적 돌봄망은 만 65세가 돼야 시작돼, 청년 고용과 노인 돌봄 사이에 끼어 양쪽에서 밀려나는 공백 지대가 생긴다.
그런데 이들의 단절은 한층 더 가혹하다. 세상과 어떤 방식으로 끊어져 있었는지는 최초 발견자 통계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바로 집주인들이다. 2024년 고독사 3,924건 중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해 신고한 이는 집주인과 건물 관리인을 포함한 임대인이 1,692건으로 전체의 43.1%에 달했다. 가족이 발견한 경우는 1,044건(26.6%)이었으며 이웃 주민이 찾아낸 사례는 470건(12.0%)이었다. 반면 사회복지 종사자가 찾아낸 사례는 301건(7.7%)에 그쳐, 복지의 손길보다 밀린 월세와 문밖의 악취가 먼저 닿았다.
다른 연령대의 고독사도 결코 가볍지 않다. 2024년 20대 고독사 사망자 45명 중 27명(60.0%)이 자살로 숨졌고 30대 사망자 171명 중에서도 74명(43.3%)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반면, 50대(13.5%)와 60대(8.3%)의 고독사는 만성 간질환이나 영양실조 등 신체적 쇠약으로 서서히 숨을 거둔 경우였다. 구직 단절 속에서 스스로 문을 닫아건 청년이든 오랜 고립 끝에 쓰러진 중장년이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결핍의 끝자락에서 발생했다는 본질은 같다.
이렇게 성별과 연령, 경로를 나눠서 다시 들여다보면 확실히 다른 실체가 보인다. 고독사는 단지 외로움이 빚어낸 단일한 인구 통계가 아니다. 노동 시장의 탈락과 복지의 공백, 가부장적 침묵과 청년 고립이 제각기 사람을 밀어내는 데다, 당사자가 직접 찾아와야만 혜택을 주는 신청주의 복지망에 머무는 사이 고립된 남성들은 서류 밖으로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 여러 결핍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대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경로당 순회 돌봄이나 어르신 안부 확인 전화 등의 대책에 매달린다고 하자. 그러면 다세대주택에서 문을 걸어 잠근 50대 남성에게는 복지의 손길이 닿을 수 없고, 구직 단절로 고립된 청년들 역시 노인 돌봄 중심의 획일적인 접근으로는 끌어안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적어도 지금 어느 곳이 가장 위태로운지 가려낼 수는 있지 않을까?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50·60대 남성이 가장 시급하다는 사실, 그 사실이 지금 우리가 붙잡아야 할 실마리가 아닐까 싶다.
지금 한국의 고독사를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버리면, 노동과 복지의 경계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실체는 영영 놓치게 된다. 고립의 비극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2024년 고독사 사망자 3,924명 중 2,117명(54.0%)에 달했던 50·60대 남성의 절망부터 가려 읽어야만 다음 대책을 세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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