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통계 읽기

53세에 주된 일자리 떠난 고령층...73세까지 20년 생계 노동

55~79세 69% 일하기 원하지만...월평균 연금 86만원 그쳐

리지

성별 장래 근로 희망의사 및 ...2분

Illustration by Gemini

한국의 55~79세 고령층 10명 중 7명에 이르는 1,142만 1,000명이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어 한다. 전체 고령층 1,644만 7,000명의 69.4%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이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는 평균 73.4세까지 높아졌다. 겉으로만 보면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막을 가꾸는 고령층의 활력과 근로 의욕이 넘쳐나는 풍경처럼 보인다. 정부와 연구기관도 고령자의 높은 노동 공급 의지를 활기찬 노후의 징표로 해석한다. 하지만 73세까지 일하겠다는 응답 이면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놓여 있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고령층의 경제활동 상태와 은퇴 준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해마다 5월에 작성해 온 공식 통계인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해마다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의 비율과 희망 연령은 꾸준히 높아져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법과 사회가 약속한 정년과 일터의 현실은 크게 다르다. 법정 정년은 60세로 정해져 있지만 대다수 근로자가 생애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나이는 평균 52.9세에 머문다. 정년을 온전히 채우고 회사를 나오는 정년퇴직자는 손에 꼽힌다.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 폐업으로 밀려난 이들과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정리해고로 쫓겨난 이들의 퇴직 연령은 평균 53.7세였다. 건강 악화나 가족 돌봄 부담까지 겹치면서 50대 초반에 일터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흐름이 한국 근로자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53세와 일하기를 원하는 73세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거대한 공백이 놓여 있다. 이 20년의 간극을 무엇이 채우고 있는지는 고령층의 근로 희망 사유에서 나타난다.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한 이들의 절반이 넘는 54.4%인 621만 8,000명이 “생활비에 보탬”을 꼽았다. “일하는 즐거움”을 선택한 이는 36.1%였고 “무료해서”가 4.0%, “사회가 필요로 함”을 든 이는 3.1%에 그쳤다. 고령층의 노동 의지는 여유로운 자아실현보다 당장의 생계를 잇기 위한 절박한 선택에 가깝다.

53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이 73세까지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배경에는 턱없이 빈약한 노후 소득 안전판이 있다. 55세부터 79세까지의 고령층 가운데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을 통틀어 한 달에 연금을 하나라도 받는 사람은 850만 2,000명으로 전체의 51.7%에 불과하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연금 소득이 아예 없다. 연금을 받는 이들의 월평균 수령액 역시 86만 1,000원에 머문다.

평균 86만원이라는 금액조차 상위 수급자의 금액이 끌어올린 착시다. 연금 수령자의 42.6%인 362만 4,000명은 한 달에 50만원도 받지 못한다. 월 100만원 미만 수령자로 범위를 넓히면 643만 8,000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75.7%에 달한다. 연금을 받는 고령자 4명 가운데 3명이 월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 달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연금으로 20년의 노후를 버텨내기는 어렵다.

55~79세 고령층의 장래 근로 희망 사유 (단위=%)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 1,142만 1,000명 기준, 2025년 5월 생활비에 보탬54.4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해서4 사회가 필요로 함3.1 건강유지2.3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의 54.4%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계속 일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법정 정년 연장은 50대 초반에 이미 회사를 떠나야 하는 대다수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닿지 않는 이야기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소수 정규직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적 울타리 바깥에서 대다수 고령층은 주된 일자리를 잃은 뒤 임시직과 일용직, 단순 노무 직종이 모인 2차 노동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73세까지 일하겠다는 고령층의 다짐은 조기 퇴직과 86만원 연금이 빚어낸 20년 생계 노동이다. 2025년 5월 기준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55~79세 1,122만 6,000명 가운데 495만 6,600명(44.2%)이 이미 다른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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