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스웨덴 다겐 H, 국민 83% 반대 뚫고 하룻밤 사이에 도로 방향을 바꾸다
1967년 왼쪽 운전대 차 몰던 구조적 모순 해소...선로 비용 부담에 철도는 여전히 좌측 운행

1967년 9월 3일 일요일 새벽, 스웨덴 전역 도로에서 달리던 자동차가 일제히 멈춰 섰다. 차들은 맞은편 오른쪽 차선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잠시 숨을 골랐다. 이내 오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스웨덴 역사상 최대 물류 작전이라 불린 순간이었다.
이 물류 작전이라 불린 다겐 H는 도로 통행 방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꾼 스웨덴의 전면적인 교통 체계 개편이었다. 스웨덴 의회가 단행한 결단이었다. 맞은편 차와의 충돌 사고를 줄여야 했다. 도로 오른쪽으로 달리는 우측통행 이웃 나라들과 교통망을 맞추려는 조치였다.
전환은 순탄하지 않았다. 1955년 국민투표에서 스웨덴 유권자 83%는 도로 왼쪽으로 달리는 좌측통행 유지를 택했다. 국민 80%가 반대한 결정이었다. 의회가 이를 뒤집은 배경에는 기형적인 현실이 있었다. 스웨덴 운전자 90% 이상은 이미 운전석이 왼쪽에 달린 차를 몰고 있었다. 볼보와 사브 같은 자국 제조사마저 수출을 노리고 운전석을 왼쪽에 달았다. 도로는 왼쪽으로 달리는데 운전석마저 왼쪽에 있었다. 앞차를 추월할 때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중앙선을 넘었다가 맞은편 차와 부딪히는 정면충돌이 잦았다.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들은 모두 우측통행을 따랐다. 국경을 넘나드는 차량이 쏟아져 들어왔다. 등록 차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사이, 제도의 관성으로 쌓이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빗나갔다. 전환 당일 스웨덴 전역에서 보고된 사고는 대부분 가벼운 접촉에 그쳤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튿날 월요일 사고 건수도 평소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자동차 보험 청구 건수는 40% 감소했다. 운전석 시야가 트였다. 주행 방향이 바뀌었다는 긴장감이 운전자들의 경계심을 높였다. 하지만 이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나자 보험 청구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두 해 뒤에는 교통사고 발생률이 개편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제도는 하룻밤 사이에 표준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긴장을 늦추는 사람의 습성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도로 방향이 바뀌자 도시를 채우던 사물들도 자리를 바꿨다. 도로 위 레일을 달리던 대중교통 노면전차가 가장 먼저 사라졌다. 출입문 위치를 오른쪽으로 고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도심에서는 전차 운행이 중단됐다. 전차가 사라진 자리에는 도심 노선을 운행하는 새 시내버스가 들어섰다. 문을 양쪽으로 개조하지 못한 구형 좌측통행 버스는 케냐와 파키스탄으로 팔려 갔다. 교차로마다 차량 흐름을 통제하는 새 신호등이 들어섰다. 노란색이던 도로 차선은 국제 표준에 맞춰 흰색으로 새로 칠했다.
도로 위 모든 바퀴가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지 반세기가 넘었다. 그러나 철길 위 궤도는 바뀌지 않았다. 선로와 신호 장비를 통째로 바꾸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스웨덴 국철과 스톡홀름 지하철은 개편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날 도로 위 차량이 오른쪽으로 넘어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 국철과 스톡홀름 지하철은 지금까지 왼쪽 선로로 열차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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