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서울 유주택 신혼부부 반토막 날 때...출발선 빚은 1.8억으로 2.3배
초혼 신혼부부 대출잔액 중앙값 8년 새 7778만→1억7900만원...유주택 셋 중 한 쌍 3억 이상 대출

결혼과 함께 독립된 삶을 시작하는 신혼부부의 출발선은 빚의 크기로 결정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혼인 5년 이내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 7,900만원이다. 2016년 7,778만원이던 빚은 8년 만에 130.1%(1억 122만원) 늘어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통계청이 2016년부터 작성하는 신혼부부통계는 저출산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만든 행정통계다. 혼인 5년 이내 부부의 주거와 경제 활동, 부채 현황을 행정자료로 연계해 매년 발표한다.
빚을 진 부부의 비율 자체가 늘었을 뿐 아니라 고액 대출을 떠안은 이들도 급증했다. 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2016년 82.0%에서 지난해 86.9%로 올랐다. 특히 대출잔액 3억원 이상인 비중은 2016년부터 지난해 사이 5.3%에서 24.0%로 4.5배 뛰어 네 쌍 중 한 쌍이 3억원 넘는 빚을 안고 출발했다.
집을 소유한 신혼부부의 빚 부담은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2억 2,824만원으로 2016년 1억 1,200만원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대출잔액 3억원 이상인 비율도 8.9%에서 33.2%로 늘어 세 쌍 중 한 쌍에 달했다. 내 집을 마련해 출발하는 신혼부부의 금융 부담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것이다.
대출 급증은 집을 산 부부만의 현상이 아니다. 무주택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도 2016년 5,166만원에서 지난해 1억 4,160만원으로 2.7배 뛰었다. 대출잔액 3억원 이상인 비율 역시 2.3%에서 16.7%로 7배 넘게 급증했다. 전셋집으로 출발하는 부부조차 1억원대 중반의 빚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에서는 집을 마련한 신혼부부 숫자가 급감하는 사이 고가 주택 쏠림이 뚜렷해졌다. 서울의 유주택 초혼 신혼부부는 2015년 8만 8,500쌍에서 지난해 4만 8,989쌍으로 9년 만에 44.6% 줄었다. 반면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을 가진 부부는 5,254쌍에서 1만 5,368쌍으로 2.9배 늘었다. 유주택 부부 중 6억원 초과 비중은 5.9%에서 31.4%로 다섯 배 넘게 뛰었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맞벌이를 선택해도 늘어난 주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해 맞벌이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 9,800만원으로 부부 중 한 사람만 소득 활동을 하는 외벌이(1억 5,787만원)보다 4,013만원 많았다. 대출잔액 3억원 이상인 비중도 맞벌이가 28.0%로 외벌이(18.8%)를 크게 웃돌았다. 둘이 함께 일해 버는 돈이 늘어난 만큼 대출을 더 끌어와 주거 비용을 메운 것이다.
대출 증가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첫 진입 비용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7,778만원이던 대출잔액 중앙값은 2018년 1억원, 2021년 1억 5,300만원을 거쳐 1억 7,900만원까지 매년 올랐다. 자산 형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억대 빚을 지고 출발하는 구조가 신혼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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