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어렵게 취업문 뚫어도 1년 만에 사표...단기직 전락한 청년 첫 일자리
11개월 준비해 들어간 첫 직장...보수 불만·계약 만료로 열에 여섯 이탈

청년이 학교를 마치고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2개월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첫 직장을 그만둔 비율은 61.7%에 달했고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4.3개월에 그쳤다. 1년 가까이 준비해 들어간 직장에서 1년 2개월 남짓 머물다 일자리를 떠나는 구조다. 청년 고용 정책과 논의가 취업 여부에 쏠려 있는 사이 통계청 청년층 부가조사는 관문을 통과한 청년들이 맞닥뜨린 첫 일자리의 질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조사는 통계청이 매년 5월 청년층의 경제활동 상태와 노동시장 진입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국가 통계다. 대상은 최종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취업 경험이 있는 만 15~29세 청년 339만 6,700명이다. 2026년 5월 기준 취업 유경험자 가운데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은 209만 6,100명으로 전체의 61.7%를 차지했다. 첫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청년은 130만 600명에 머물렀다.
첫 일자리를 떠난 청년들이 퇴사한 주된 이유는 근로여건 불만족이었다. 이직 경험 청년의 44.4%인 93만 300명이 보수와 근로시간 등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여기에 계약기간 만료로 일자리가 끝난 청년 37만 8,300명(18.0%)이 더해진다. 둘을 합치면 전체의 62.4%가 일자리 자체의 처우와 고용 불안정 때문에 첫 직장을 떠났다. 개인·가족적 이유(14.5%)나 전공·적성 불일치(7.2%)로 그만둔 비중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배경에는 고용 형태가 지난 10년 동안 급격히 악화한 현실이 있다. 2016년 5월 조사에서 첫 일자리 임금근로자 390만 9,000명 중 전일제 일자리는 334만 1,600명으로 85.5%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6년 5월 전일제 일자리는 241만 8,600명으로 10년 새 92만 3,000명 줄었다. 반면 시간제 일자리는 56만 7,400명에서 87만 7,100명으로 54.6% 급증했다. 청년 임금근로자 4명 중 1명(26.6%)이 첫 직장을 시간제로 시작하는 실정이다.
고용 계약 형태를 보면 불안정성은 더 두드러진다. 계약기간을 정하고 일하는 계약직으로 첫발을 뗀 청년은 124만 8,700명으로 임금근로자의 37.9%에 달했다. 특히 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단기 계약직이 108만 5,300명으로 32.9%를 차지했다. 청년 3명 중 1명이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에 진출한 상태다. 반면 정년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상용 일자리는 2016년 233만 5,000명에서 2026년 177만 3,900명으로 56만 1,100명 줄었다. 청년층 인구 감소율을 웃도는 속도로 정규 일자리가 감소했다.
이 일자리 불안정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첫 일자리 임금근로자 가운데 시간제로 시작한 비율은 남성이 26.6%, 여성이 26.6%로 정확히 일치했다. 1년 이하 단기 계약직 비율 역시 남성 32.8%, 여성 33.1%로 큰 차이가 없었다. 남녀 간 격차가 없는 이 수치는 노동시장 진입로 자체가 단기직과 임시직으로 재편되었음을 보여준다.
청년에게 첫 일자리는 급여를 받는 일터를 넘어 향후 경력과 소득의 토대를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11개월을 준비해 들어간 직장에서 14개월 만에 떠나는 구조는 지속 불가능한 일자리로 진입 단계가 채워진 현실을 반영한다. 초기 진입로가 1년 이하 계약직과 시간제로 구성된 상태에서는 취업자 수나 고용률 등 총량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청년 고용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시장 진입로의 질적 악화를 바로잡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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