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자동차 보험료에 얹힌 1달러, 3200대 AI 감시 카메라가 됐다
부품 절도 막겠다며 걷은 부과금 8100만달러...의회도 모르게 주 전역 번호판 추적망 깔려
미국 텍사스주의 운전자들은 매년 자동차 보험료를 낼 때 1달러의 부과금을 함께 납부한다. 3년 전 주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의 취지는 차량 부품 절도, 특히 배기가스 정화장치 도난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운전자가 낸 푼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주 산하 기구가 이 기금에서 3000만달러를 떼어내 주 전역 도로에 3200대가 넘는 인공지능(AI) 차량 번호판 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부품 도난을 막겠다던 1달러가 텍사스 전역을 훑는 거대한 감시망의 종잣돈으로 변했다.
자금의 흐름은 행정의 사각지대를 타고 불어났다. 차량 절도 방지를 위해 설립된 텍사스 자동차범죄예방청은 1달러 인상으로 81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위원회는 수사 인력 증원 대신 민간 감시 기술 기업인 플록 세이프티의 카메라를 사들이는 보조금으로 자금을 몰아줬다. 이 인공지능 카메라는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번호판은 물론 차종, 색상, 범퍼의 흠집과 스티커까지 식별해 차량 고유의 지문을 만든다. 수집된 위치 정보는 경찰이 영장 없이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전국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인다.
경찰 입장에서 이 장비는 편리한 도구였다. 번호판 인식 장치는 지난해 6만2000회 조회되며 1660건의 절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 쓰였다. 목격자가 드문 야간 절도 사건에서 흐릿한 폐쇄회로(CC)TV에 매달리던 경찰에게 인공지능 카메라는 수사관 여럿의 몫을 해냈다. 효용이 확인되자 카메라는 단순 절도를 넘어 도주범 추적과 강력 범죄 수사 등 치안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텍사스주에 설치된 해당 카메라만 1만3000대에 달하며, 그중 4분의 1이 주민들이 낸 1달러로 깔렸다.
문제는 이 거대한 감시망이 깔리는 동안 사회적 합의도, 의회의 실질적 통제도 없었다는 점이다. 법안을 통과시킨 주 의원들은 입법 당시 감시 카메라 설치를 논의한 적이 없으며, 영장 없는 위치 추적망에 돈이 쓰일 줄 알았다면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위치 정보 수집이라는 헌법적 쟁점이 고지서에 얹힌 1달러 뒤에 숨어 어떤 공론화도 거치지 않고 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제도적 통제가 비어 있는 감시망은 곧바로 부작용을 불렀다. 경찰관들이 이 시스템을 사적으로 이용해 전 연인이나 직장 동료의 위치를 무단 추적하다 적발·기소되는 사건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주지사실은 뒤늦게 주정부 보조금을 통한 카메라 구매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주 전역에 설치된 수천 대의 카메라는 지금도 도로 위의 시민들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
인공지능 감시망은 치열한 입법 토론이나 국민적 동의를 거쳐 들어오지 않았다. 시민들이 눈치채기 어려운 1달러의 고지서 항목을 타고, 범죄 예방이라는 무해한 명분을 앞세워 일상 속으로 조용히 파고들었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 뒤편의 통제 장치를 꼼꼼히 따져 묻지 않는다면, 1달러짜리 고지서가 청구하는 진짜 비용은 시민의 자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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