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25년 새 절반 아래로 준 편지...같은 기간 등기·내용증명은 되레 늘어
국내 우편물량 24억 5,362만 통으로 반토막...특수통상 매출 8,889억원으로 지난해 처음 1위
42억 5,785만 통에서 19억 441만 통으로. 2억 818만 통에서 2억 5,991만 통으로.
둘 다 국내 우편물 통계다. 이 우편물 가운데 앞은 편지와 고지서, 광고물이 속한 일반통상이고 뒤는 등기와 내용증명처럼 수취 기록을 남기는 특수통상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일반통상 우편물은 절반 아래로 급감했고 특수통상 우편물은 4분의 1가량 늘었다. 그래서 우편물이 반토막 났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실제로 줄어든 우편물이 바로 편지다.
사라진 우편물을 짚어 보면 목록이 뚜렷하다. 사라진 우편물은 카드 명세서, 관리비 고지서, 은행 안내문, 광고 전단이다. 화면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우편물은 전부 화면으로 옮겨 갔다. 하지만 통지 우편물이 화면으로 옮겨가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다. 계약 해지나 채무 변제 독촉 같은 통지는 상대가 언제 받았는지 증명해야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지에 쓰이는 내용증명 이용량은 2000년 452만 통에서 지난해 737만 통으로 늘었다. 결국 편지를 쓰지 않는 나라에서 다툼을 예고하는 우편만 60% 넘게 늘어난 것이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순위는 이미 달라졌다. 지난해 특수통상 매출은 8,889억원으로 일반통상 매출을 처음 앞질렀고 소포까지 제쳐 국내 우편 수입 1위에 올랐다. 우체국 우편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배달 기록이 차지하게 됐다.
편지를 부칠 우체통도 그만큼 사라졌다. 우체통 수는 2000년 3만 9,462개에서 지난해 7,654개로 5분의 1 아래로 감소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선보인 새 우체통도 편지 투입구 옆에 폐의약품 회수구와 소포 접수구가 붙었다. 편지 하나로는 길가에 세워 둘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늘어난 등기 우편은 우체통에 넣지 못한다. 등기 우편은 창구로 가야 하는데 창구를 둔 우체국은 25년 동안 열에 하나만 줄었다.
지난해 우편사업 적자는 3,116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량 감소와 우체국망 유지비용 상승이 지속"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7월 규격우편 요금을 430원에서 500원으로 5년 만에 올렸다. 편지가 줄어 생긴 구멍을 편지 요금으로 메우겠다는 것이지만 편지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 이 요금 인상은 아무런 체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편망을 지탱하는 축은 25년째 줄지 않은 특수통상이다. 결국 국가와 계약이 종이로 남기라고 요구하는 우편, 그것마저 화면으로 옮겨 가는 날 우편사업은 비로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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