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퍼플렉시티 추천 뒤의 유령 사이트 21만 개...인공지능 검색이 삼킨 기계용 스팸

출처 60%가 방문자 10만 밖...사람 대신 기계를 겨냥한 가짜 문서 번져

리지

인공지능 검색2분

Illustration by Gemini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퍼플렉시티에 380개 분야 최고 소프트웨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7,534건의 출처 가운데 59.8%는 전 세계 방문자 순위 10만 위 밖 사이트에서 나왔다. 상위권을 차지한 사이트의 실체는 더 당혹스럽다. 단 세 곳의 웹사이트가 인공지능에 읽히기 위해 기계로 찍어낸 구매 안내 페이지만 21만 5,128개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웹을 뒤져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냈다고 믿었던 화면 뒤에 사람이 읽지 않는 유령 문서 더미가 버티고 있었다. 과연 몇몇 마케팅 업자의 꼼수 때문이었을까. 인공지능 검색의 신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들 사이트는 노골적으로 기계를 겨냥해 설계됐다. 웹사이트 제목에 아예 "근거 마련용 페이지(Facts & Grounding Page)"라고 적었다. 그라운딩(grounding)은 소비자가 쓰는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 모델이 답변을 생성하기 전에 웹에서 근거 문서를 수집하는 단계를 일컫는 검색 업계의 기술 용어다. 사이트 소개글 역시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단일 기록"이라고 못 박았다. 철저히 인공지능 크롤러가 정답의 출처로 삼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한 것이다. 가공의 편집자 이름 3명과 "인공지능 검증"이라는 문구를 넣자 퍼플렉시티는 이 세 사이트를 41개 분야에서 권위 있는 출처로 인용했다.

엉뚱한 출처가 정답 자리를 꿰찬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시연 소프트웨어를 파는 한 기업은 자신이 취급하지도 않는 3차원 동영상 제작이나 전자태그(RFID) 분야에 대해 2,100건이 넘는 블로그 글을 올렸다. 인공지능 검색은 이 기업의 블로그를 96개 분야에서 194차례 인용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보다 더 자주 찾은 최상위 출처가 됐다. 심지어 연구 데이터 관리 도구를 묻는 질문에는 잘못 연결된 도메인을 그대로 가져와 인도네시아 온라인 도박 사이트 주소를 정답의 근거로 내놓기도 했다.

포털 검색의 피로를 피해 인공지능을 찾았던 사용자들에게 이것은 뜻밖의 배신감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광고와 검색엔진 최적화(SEO)로 뒤덮인 검색 결과 목록을 일일이 열어보는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인공지능의 요약을 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검색은 스팸을 걸러내지 못했다. 스팸의 표적을 사람의 눈에서 인공지능의 검색 알고리즘으로 바꾸어 놓는 데 그쳤다.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기계가 기계를 겨냥해 만든 허위 추천 페이지가 대량으로 양산되고, 인공지능은 그 문서를 객관적 사실로 흡수해 단호한 문장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기존 검색엔진이 지난 수십 년간 치른 싸움의 본질은 스팸 차단에 있었다. 검색 결과에 여러 링크를 띄우고 사람이 직접 선택하게 하던 체제에서는 이용자의 체류 시간과 이탈률, 웹페이지 사이의 상호 연결망이 엉터리 문서를 솎아내는 안전장치로 작동했다. 반면 질문 하나에 곧바로 정답을 단정해 주는 인공지능 검색에서는 이 검증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인공지능은 표면의 정형화된 형식과 기계 판독용 데이터에 취약했고, 그 빈틈을 파고들어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신종 데이터 조작 산업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질수록 기계가 기계를 속이는 가짜 정보의 생태계도 함께 몸집을 불린다. 검색창 뒤편의 거름망을 세우지 못한 인공지능 검색은 기계용 스팸을 정답으로 둔갑시키는 거대한 확성기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트렐너 연구팀은 퍼플렉시티가 수집한 380개 분야의 인용 주소 7,534건과 분석 코드 전체를 2026년 9월 2일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