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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 시험 넘자 커피 타라며 골대 옮겨온 인공 일반 지능
60년간 늘 20년 뒤라는 약속 깨지자...챗봇에서 가구 조립과 부엌으로 요새 옮겨

1967년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자문을 맡은 컴퓨터 과학자 마빈 민스키는 인간처럼 말하고 판단하는 기계의 탄생을 예고하며 자신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 컴퓨터 HAL 9000의 동작을 설계하던 그는 "한 세대 안에 인공지능을 만드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무렵 허버트 시몬 역시 20년 안에 기계가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묘한 현상은 그 뒤에 일어났다. 머신 인텔리전스 연구소가 반세기 동안 학자 95명이 제시한 예측을 전수 조사해 보니 이들이 장담한 도래 시점은 조사 시기와 무관하게 늘 그 말을 꺼낸 해로부터 15년에서 25년 뒤였다.
인공일반지능(AGI)은 인간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지적 작업에서 사람과 대등하거나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군사 작전의 무인화를 다룬 논의에서 이 이름이 처음 붙은 뒤 셰인 레그와 벤 괴르첼이 특정 작업만 다루는 좁은 인공지능과 구별해 인간 수준의 범용 기계를 연구하기 위해 이를 학계 전면에 다시 내세웠다. 개척자들에게도, 금세기 초의 전문가들에게도 이 완전한 기계 지능은 언제나 20년 안팎 뒤를 맴돌았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연구비를 확보하기엔 충분히 가깝고, 은퇴 전까지는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는 가장 완벽한 심리적 안전거리였다. 사실상 사람을 앞서는 기계를 뜻하는 이 개념은 반세기 넘게 도망치는 신기루처럼 멀리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언어의 성벽으로 인간의 지적 영토를 지켜왔다. 앨런 튜링이 제안한 판정 기준, 즉 얼굴을 가린 채 글자로 대화해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지 못하면 지능을 인정하자는 시험이 대표적이었다. 십여 년 전 13세 우크라이나 소년을 흉내 낸 챗봇 유진 구스트만이 심사위원 셋 중 하나를 속였을 때 학계는 얄팍한 속임수라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 GPT-4.5를 투입한 대화 실험에서 이 모델은 73%의 확률로 사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함께 대화에 참여한 실제 인간의 67%보다도 더 인간 같다는 평가를 얻어 공식적인 시험 기준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다면 튜링의 문턱을 넘어선 기계는 마침내 인간 수준의 일반지능에 도달한 것일까. 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심사위원을 속이는 대화 능력은 겉모습에 머물 뿐이며 인간의 언어 습관을 모방하는 "인공적 어리석음"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언어라는 가장 유서 깊은 시험대가 무너지자 지능의 골대는 황급히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기계가 시를 짓고 전문 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지능을 가늠하는 잣대는 유려한 문장에서 거친 물리적 세계로 넘어갔다.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른바 "커피 테스트"를 내걸었다. 로봇이 낯선 가정집에 혼자 들어가 부엌을 살피고 찬장에서 원두와 머그잔을 찾은 뒤 물을 붓고 기계 버튼을 눌러 커피를 끓여내야 비로소 지능이라는 주장이다. 납작한 상자에 든 부품과 설명서만 보고 로봇이 탁자를 완성해야 한다는 조립 가구업체 이케아의 시험, 이른바 "이케아 테스트"도 등장했다. 체스와 바둑, 작문과 프로그래밍 같은 고도의 지적 유희를 기계에 내어준 인간은 부엌 싱크대와 가구 조립 나사못 뒤로 후퇴해 인간성의 마지막 참호를 팠다.
하지만 이 궂은 육체노동의 방어벽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부품 모양만 파악해 설명서 없이 십 분 만에 이케아 탁자를 자율 조립하는 로봇을 일찌감치 선보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는 사람이 내리는 시연 영상을 지켜본 뒤 캡슐 커피 머신을 스스로 다뤘다. 십만 달러를 쥐여주고 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라는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경제적 시험마저 거론되는 사이 기계는 인간이 설정해 둔 작업의 경계선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반세기 동안 늘 20년 뒤에 도달한다던 지평선은 막상 기계가 발을 들이밀자 허무하게 사라졌다. 2025년 12월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이미 여러 편의 일반 지능을 만들었으며, 그 순간은 별다른 충격도 없이 "휙 지나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논의의 대상을 초지능(ASI)으로 옮겨가자고 덧붙였다. 반세기 전 민스키가 자문했던 컴퓨터 HAL 9000의 붉은 눈동자는 영화 스크린에 갇혀 있었지만 에든버러대 연구진이 공개한 로봇 팔은 사람의 구두 지시를 듣고 주방의 장애물을 피해 커피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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