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미국 전략비축유 꺼낼수록 동굴이 녹는다...기름 밀어 올린 물이 소금벽 갉아먹어

지상 탱크 5분의 1 비용으로 암염 돔 60곳 조성...기름 밀어 올리는 담수가 내벽 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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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비축유2분

Illustration by Gemini

국가가 원유 7억 배럴을 비축하려면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흔히 거대한 강철 탱크나 깊은 지하 콘크리트 시설을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멕시코만 해안 지하에 묻힌 거대한 소금 덩어리에서 답을 찾았다.

지상 저장은 부지와 안전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SPR) 인가 용량인 7억 1,400만 배럴을 채우려면 대형 지상 탱크 1,130기를 지어야 한다. 부지만 워싱턴 D.C. 면적인 4만 5,000에이커에 달하고, 낙뢰나 폭격에 따른 화재 위험도 크다. 하와이 진주만의 지하 콘크리트 시설 레드힐(Red Hill)은 600만 배럴을 저장하는 데 현재 가치로 8억 2,000만 달러가 들었다. 이 시설마저 기름 누출로 지하수가 오염돼, 결국 영구 폐쇄됐다.

미국 기술진은 멕시코만 연안을 택했다. 지하에 거대한 암염 돔이 묻힌 곳이다. 기술진은 먼저 암염층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으로 담수를 주입해 소금을 녹여냈다. 녹아 나온 소금물을 지상으로 퍼 올리면 내부에 거대한 원통형 동굴이 남는다. 미국 정부는 4개 기지에 이런 소금 동굴 60개를 조성했다. 동굴 하나에 약 1,000만 배럴이 들어간다. 동굴 한 곳의 용량이 레드힐 기지 전체보다 크다.

암염은 원유를 저장하는 데 최적의 특성을 지녔다. 소금 결정 사이의 틈이 극히 좁아 기름이 스며들지 못하고, 석유와 반응하지도 않는다. 소금은 지하의 높은 압력을 받으면 서서히 변형되며, 미세한 균열을 스스로 메운다. 단단한 암벽은 철판이나 콘크리트 피복 없이도 원유를 담아둔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밝힌 동굴 건설 비용은 배럴당 약 3.5달러로, 지상 탱크 비용 15~18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기름을 꺼내는 원리도 단순해, 물보다 밀도가 낮은 원유가 물 위에 뜨는 성질을 이용한다. 기술진이 비상시 동굴 바닥으로 담수를 밀어 넣으면 상단에 떠 있던 원유가 밀려 올라오고, 지하 깊은 곳에 대형 펌프를 달지 않고도 송유관으로 기름을 밀어 올린다. 기지는 멕시코만 연안에 자리 잡은 덕분에 인근 정유 공장과 송유관으로 신속하게 기름을 보낸다.

하지만 이 방식은 원유를 꺼낼 때마다 저장고 자체를 소모한다. 원유를 밀어 올리려고 바닥에 넣은 담수가 벽면의 소금을 추가로 녹여내는 탓이다. 방출을 거듭할수록 담수가 닿는 동굴 내벽은 녹아내려 내부 공간이 불안정하게 넓어지고, 원유를 끌어올리는 배관과 펌프도 잦은 방출로 함께 손상된다. 이 동굴은 무제한으로 채우고 비울 수 있는 영구 저장고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비축유를 방출하지만 동굴의 내구연한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소금 벽은 기름을 꺼내 쓸 때마다 서서히 녹아 사라진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잦은 방출로 지하 동굴이 변형되고, 배관이 부식돼 시설 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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