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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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 깬 퇴직연금...90% 집 사고 전셋값으로

2024년 중도 인출 6만 6,531명...3040세대가 1조 9,442억원 꺼내

리지

성별 사유별 퇴직연금 중도인출...2분

Illustration by Gemini

퇴직연금은 직장인이 은퇴할 때까지 적립금을 묶어두는 노후 안전망이다. 직장을 옮기더라도 해지하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퇴직연금은 주택을 마련할 때 가장 먼저 손대는 자금이 됐다. 2024년 직장인들이 중도 인출한 2조 7,353억원 가운데 90.2%가 주거비로 쓰였다.

정부는 2005년 일시금 중심의 퇴직금을 연금으로 바꾸려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노후 빈곤을 막으려면 퇴직연금을 함부로 꺼내 쓰지 못하도록 묶어야 했다. 하지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과 임차보증금을 예외 사유로 인정했다.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였다. 이 예외 조항이 노후 자산의 유출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근로자는 6만 6,531명이다. 주택 구입을 위해 인출한 사람이 3만 7,618명으로 1조 8,396억원을 꺼냈다.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 돈을 뺀 사람도 1만 6,955명, 6,288억원에 달했다. 주거 목적 인출액은 2조 4,684억원이다. 전체 인출액의 90.2%에 이른다.

30대와 40대가 중도 인출을 주도했다. 주택 구입 인출자의 80.1%가 3040세대였다. 전체 인출 금액의 71.1%를 차지했다. 1인당 인출액은 평균 4,890만원이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에 한해 중도 인출을 허용한 법령 탓이다. 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은 주택이라는 실물 자산을 얻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복리로 늘어나야 할 노후 연금 원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의 본래 기능인 노후소득 보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도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유별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 비중 (단위=%) 2024년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 2조 7,353억원 기준, 통계청 주택 구입67.3 주거 임차보증금23 회생절차 개시5.3 장기 요양4.2 기타0.3
2024년 퇴직연금 중도 인출액 2조 7,353억원 가운데 주거 목적이 90.2%를 차지했다.

반대로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나라는 조기 인출에 무거운 세금을 물린다. 미국 퇴직연금 401(k)는 59.5세 이전 중도 인출 시 일반 소득세에 10%의 징벌적 가산세를 부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에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 요건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반면 한국은 무주택자 요건만 갖추면 세제상 불이익 없이 노후 자금을 전액 인출할 수 있다.

2024년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400조원을 돌파했다. 적립금 규모는 늘었지만 3040세대의 계좌는 주거비에 밀려 텅 비었다. 집값이 흔들릴 때마다 노후 안전망은 약해진다. 2024년 주택 구입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30대는 1만 7,391명이다. 1년 전보다 1,852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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