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삼성이 내년에 만들 HBM 물량...유리판 씻는 일감이 먼저 알렸다
웨이퍼 아래 붙였다 떼는 유리판, 세척 주문 월 2만 장에서 5만 장으로...HBM4 계열 출하는 두 배 넘게
웨이퍼를 갈아 얇게 만드는 동안 그 아래에는 유리판 한 장이 붙어 있다. 공정이 끝나면 떼어낸다. 떼어낸 유리판은 씻어서 다시 쓰고, 씻는 일은 외부 업체가 맡는다. 20일 반도체 업계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 세척 물량이다. 삼성전자가 맡기는 양이 올해 월 2만 장에서 내년 5만 장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회사가 낸 자료는 아니다. 공정에 물건을 대는 쪽에서 나온 숫자다. 내년 삼성이 만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양은 회사가 입을 열기 전에 여기에 먼저 나와 있었다.
고대역폭메모리는 D램을 여러 장 위로 쌓아 한 덩어리로 묶은 메모리다. 한 장씩 늘어놓는 대신 위로 쌓으면 데이터가 오가는 길이 넓어진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가 사 간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그 최신 세대인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업계는 이 유리판을 유리 캐리어(glass carrier)라고 부른다. 정해진 두께 안에 층을 올리려면 웨이퍼를 갈아 얇게 만들고 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웨이퍼가 휘거나 깨진다. 유리판은 그동안 밑에서 웨이퍼를 붙들어 준다. 쌓는 층이 높아질수록 웨이퍼는 더 얇아진다. 휨을 잡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삼성이 내년에 증산하려는 제품은 D램을 12장 이상 쌓은 것이다.
그래서 세척 주문이 생산 계획을 보여 준다. 유리판 세척 물량은 지난해 월 1만 장이었다. 올해는 2만 장이 됐다. 내년 5만 장이면 2.5배다. 업계 사람들은 이 숫자를 보고 생산량을 가늠한다. 6세대 HBM4와 그 다음 세대로 5월에 시제품이 나간 7세대 HBM4E, 두 제품을 올해의 두 배 넘게 만든다는 뜻으로 읽는다.
다만 유리판 장수와 칩 개수가 딱 맞지는 않는다. 유리판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씻어서 다시 붙여 쓴다. 웨이퍼를 어떻게 걸어 돌리느냐와 수율에 따라 한 장이 감당하는 양이 달라진다. 밖에서 셀 수 있는 것도 외주로 돌린 세척 물량까지다. 그래서 발주량 2.5배는 하나의 수가 아니다. 적어도 두 배라는 폭으로 읽힌다.
다른 자리의 숫자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삼성의 HBM 웨이퍼 투입은 올해 월 18만 장에서 내년 25만 장으로 40% 늘어난다. 출하에서 HBM4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올라간다. 전체가 40% 느는 동안 비중이 두 배가 된다. 그러면 HBM4 계열 물량은 두 배 반 안팎이 된다. 새로 늘리는 생산능력의 대부분이 이 두 제품으로 간다는 뜻이다.
삼성은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D램은 10나노급 6세대 제품이다. 맨 아래에서 층을 받치는 베이스 다이는 4나노 공정으로 만들었다. 5월에는 D램 12장을 쌓은 HBM4E 시제품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보냈다. 내년에 얼마를 만들지는 아직 밝힌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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