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40년 만에 빗장 푼 이탈리아 원전...8조원 소형 원자로에 민간은 뒷짐

상원 원전 복귀 법안 통과...기당 최대 60억유로에 상업성 검증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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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원전 복귀2분

Illustration by Gemini

이탈리아 상원이 23일 원자력 발전을 다시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81표, 반대 51표로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정부에서 환경과 에너지 안보를 관장하는 부처인 환경에너지부는 "원전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에너지 안보를 지킬 핵심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 직후 국민투표를 열어 발전소를 모두 멈춰 세운 지 40년 만에 공식적으로 원전 정책 방향을 틀었다.

조르자 멜로니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거진 에너지 안보 위기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2026년 9월 법적 기반을 마련하며 원전 복귀를 추진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공장에서 핵심 부품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소형 원전이다.

이탈리아는 1960년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상업용 원자로를 가동한 원전 선도국이었지만 정부는 1987년 국민투표를 거쳐 가동 중이던 원자로 네 기를 모두 영구 폐쇄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도 유권자들은 원전 재개에 반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공급이 흔들리며 전기요금이 치솟자 정치권에서 원전을 다시 전력망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300메가와트(MW)급 소형 모듈 원자로(SMR) 도입을 추진한다. 소형 원자로는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어 전력망에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증설과 산업 전동화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이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곧바로 원자로 착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3일 의회를 통과한 법률은 향후 12개월 동안 원자로 인허가 절차, 안전 기준, 폐기물 관리 지침을 설계할 권한을 정부에 위임했을 뿐, 실제 원자로를 언제 어디에 지을지, 건설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조항은 법안에서 빠졌다.

가장 큰 걸림돌은 건설 비용과 경제성이다. 유럽에서 상업 규모로 가동해 경제성을 입증한 소형 모듈 원자로는 아직 한 기도 없다. 발전업계는 300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 한 기를 짓는 데 송전망 연결 비용을 빼고도 30억에서 60억유로가 든다고 추산한다. 태양광 발전이 급증해 낮 시간대 도매 전력 가격이 떨어지는 전력망에서 막대한 초기 비용을 감당할 민간 투자자는 나타나기 어렵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40년 전 가동을 멈춘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장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고,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폐기물은 지금도 전국 임시 저장 시설에 흩어져 보관돼 있다. 기존 폐기물도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 원자로 부지나 저장 시설 후보지를 발표하면 지역사회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는 40년 동안 탈원전을 유지하면서도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유럽에서 가장 많이 사다 쓰며 이웃 나라의 원전에 전력 안보를 기대 온 것이다. 상원은 23일 원전 복귀를 선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천문학적인 건설비를 보조할 정부 재정 지원안은 표결에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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