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자율 무기 거부한 앤스로픽...미 국방부 공급망 위험 지정 유지
연방항소법원, 국방부 조치 합법 판결...방산 생태계 전면 퇴출 위기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이 25일 미 국방부의 앤스로픽 공급망 위험 지정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나 적성국 기업에 주로 적용되던 최고 수위의 안보 제재가 미국 대표 인공지능(AI) 기업에 그대로 내려졌다. 자사 모델을 군사 무기로 쓰지 말라는 조건을 고수한 기술 기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됐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미 국방부가 외부의 안보 위협 기술이나 결함 요소가 군 조달 체계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최고 수위의 안보 제재 제도다. 지난 3월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공식 지정한 이번 조치는 군뿐만 아니라 방산 협력업체의 도입까지 막아 조달 시장 전체에서 앤스로픽 기술을 배제하는 효력을 지닌다.
갈등은 지난해 7월 국방부와 2억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앤스로픽이 모델 배포 조건을 두고 맞선 그해 9월 생성형 AI 플랫폼 협상에서 시작됐다. 앤스로픽은 클로드 모델이 완전 자율 무기나 국내 대규모 감시에 쓰이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둘 것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합법적인 군사 목적이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모델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이 "미군의 작전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결국 협상을 중단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앤스로픽을 공식적으로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으나 국방부 조치의 파장은 군이 앤스로픽 기술을 쓰지 않는 선에 그치지 않았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국방부와 조달 계약을 맺은 주요 방산 업체들이 군 관련 업무에서 앤스로픽 모델을 도입하는 길까지 함께 차단되면서, 앤스로픽이 설정한 윤리적 제약은 군수 조달 시장 전체에서 앤스로픽 모델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앤스로픽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담당인 그리고리 카차스 판사는 지나치게 제약이 걸린 AI 모델이 작전 수행 중 갑자기 중단되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는 군의 우려를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군사 작전에서 무기 체계의 신뢰성과 위험을 평가할 최종 권한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기술 기업의 안전 윤리와 군대의 지휘 통제권은 양립하기 어렵다. 군에서 무기란 어떤 상황에서도 지휘관의 의도에 따라 예외 없이 통제되는 체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원격으로 설정한 안전 규칙이 명령 수행을 거부하는 순간 군의 시각에서는 외부 개입에 노출된 결함 무기가 된다. 기술의 통제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군대 앞에서 민간의 안전 원칙은 결국 안보 위험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이 지난달 국방부의 또 다른 지정을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두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국가의 무기 통제권과 기술 기업의 자율성이 맞선 이번 소송은 연방대법원의 최종 심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앤스로픽은 판결 직후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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