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VPN 접속자 다 잡으라는 유타주...미 법원 "기술적 불가능 강제 말라"
성인 사이트 위치 확인 강제...연방법원 위헌 소지 인정해 효력 정지

미국 유타주가 성인 사이트를 상대로 가상사설망(VPN) 접속자를 전원 식별해 주민 여부를 확인하거나 사이트 접속을 막으라고 강제하자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유타 연방지방법원은 1일 가상사설망 이용자의 접속을 규제하는 법률 핵심 조항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법률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의무를 기업에 지우고 있다는 이유다.
가상사설망은 이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해 중계 서버를 통해 전송함으로써 실제 위치를 숨기고 개인정보와 통신 보안을 지키는 기술이다.
유타주가 올해 제정한 법률 SB 73은 미성년자의 음란물 접근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법안은 성인 플랫폼이 방문자의 실제 위치를 확인해 유타주에 있는 이용자에게 엄격한 성인 인증을 요구하도록 했다. 특히 가상사설망처럼 위치 정보를 숨기는 기술을 쓰는 접속자를 확인해 차단하지 못하면 사이트 운영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사이트 안에서 가상사설망으로 인증을 피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행위조차 금지했다.
하지만 인터넷 통신의 기본 구조는 주정부의 법 조항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상사설망은 이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해 제3의 중계 서버를 통해 목적지로 전송한다. 사이트 운영사의 서버에는 중계 서버 주소만 남는다. 화면 앞의 이용자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지 다른 지역에 있는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유타 연방지방법원에서 이번 가처분 사건을 맡은 발로우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기술적 한계를 정면으로 짚었다. 발로우 판사는 "법률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자에게 완벽한 위치 식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완벽한 위치 식별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단 1명의 유타 주민이라도 가상사설망으로 위치를 숨겨 접속하면, 사이트 운영사 전체가 법을 위반하게 되는 엄격한 무과실 책임을 지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이트 운영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법적 책임을 피하려면 유타주와 무관한 미국 전역의 이용자 2,800만명 전체를 상대로 성인 인증을 하거나 전국에서 들어오는 가상사설망 접속을 통째로 차단해야 했다. 유타주 상무부는 네트워크 지연 시간이나 기기 시간대를 분석해 우회 접속을 감지하라는 행정 규칙을 마련했다. 하지만 통신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지표를 감시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접속까지 가로막고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강제하는 결과를 불렀다.
법원은 유타주의 규제가 주 경계를 넘어 다른 지역 주민과 기업에 부당한 헌법적 부담을 지운다고 판단했다. 물리적인 주 경계선을 인터넷 통신망 위에 그대로 덧씌우려던 시도는 기술의 현실 앞에서 멈춰 섰다. 연방법원이 법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유타주 의회는 다음 회기에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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