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대장균의 먹이 찾기...몇 초 전과 지금의 농도를 비교하는 기억

무작위로 바뀌는 방향, 길어지는 직진 시간...먹이 농도 비교에 쓰이는 수용체의 화학적 기록

리지

대장균2분

대장균에도 기억이 있다. 우리는 기억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 쌓인 경험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세균은 먹이를 찾을 때 몇 초 전의 정보가 필요하다. 뇌가 없는 대장균은 방금 지나온 곳의 먹이 농도와 현재 위치의 먹이 농도를 비교하며 헤엄친다.

대장균의 이동 방식은 단순하다. 대장균은 꼬리처럼 생긴 편모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다가 잠깐 회전하며 방향을 바꾼다. 먹이 농도가 고른 환경에서는 보통 약 1초 동안 직진한다. 방향 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직진 시간보다 10배 짧은 약 0.1초다. 대장균은 짧은 직진과 방향 전환을 거듭하며 이리저리 이동한다.

먹이 농도가 달라지는 곳에서는 대장균의 직진 시간이 달라진다. 대장균은 이동 중 먹이 농도가 높아지면 방향을 덜 바꾸고 기존 방향으로 더 오래 이동한다. 방향을 바꿀 때마다 새 방향은 무작위로 정해진다. 그래도 대장균은 먹이 농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먹이가 많은 쪽으로 이동한다.

대장균이 이렇게 이동하려면 현재 위치에 먹이가 얼마나 많은지 감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금 전에도 먹이가 많았다면 현재의 먹이 농도만으로는 먹이 농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장균은 몇 초 전의 먹이 농도와 비교해야 기존 방향으로 직진을 더 이어갈지 조절할 수 있다.

대장균은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통해 먹이 농도를 비교한다. 수용체는 먹이가 될 물질을 감지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에는 메틸기라는 작은 원자 집단이 결합하거나 떨어져 나가는 화학 변화가 일어난다. 메틸기가 결합하는 변화를 메틸화라고 하며 수용체에 메틸기가 결합해 있는 정도에는 최근 주변의 먹이 농도가 반영된다. 지나온 곳의 먹이 농도 정보는 단백질의 화학 상태로 기록돼 수용체가 현재 감지하는 먹이 농도와 함께 대장균의 이동 조절에 쓰인다.

수용체에 남은 먹이 농도 기록은 주변 환경에 맞춰 바뀐다. 먹이 농도가 높아진 뒤 그 수준이 계속되면 수용체의 메틸화 정도가 조절되면서 대장균의 이동을 조절하는 신호도 평소 수준으로 돌아간다. 이는 대장균이 높아진 먹이 농도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대장균은 새 먹이 농도가 비교 기준에 반영되면 그곳에서 다시 먹이 농도가 높아질 때 이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대장균에게 몇 초의 기억은 짧은 이동을 조절하는 데 쓰인다. 대장균은 지나온 환경의 기록과 현재의 감지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무작위로 방향을 바꾸면서도 먹이를 찾아갈 수 있다. 먹이 농도가 높아지는 동안 방향을 덜 바꾸고 더 오래 직진하는 행동에는 방금 전과 현재의 먹이 농도 비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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