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매출 0원 인스타그램에 건 10억달러...텍스트 세상을 바꾼 정사각형
2010년 10월 6일 인스타그램 출시...조악한 스마트폰 사진을 시각 자본으로 바꾼 결단
2010년 10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임대 사무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동료 마이크 크리거가 앱스토어에 새 프로그램을 등록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가로세로 비율이 같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르고 색감을 입혀 올리는 앱,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이었다. 출시 몇 시간 만에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준비했던 서버가 처리 용량을 넘겨 작동이 중단됐다.
자정에 문을 연 이 서비스는 첫날에만 2만 5,000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사진을 올리고 확인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입소문이 번졌다. 조악한 카메라 성능에 머물던 스마트폰은 일상을 찍어 올리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출시 직전까지 두 창업자가 매달렸던 서비스는 버븐(Burbn)이라는 위치 기반 서비스였다. 술집이나 식당에 도착해 위치를 알리고 약속을 잡으며 포인트를 쌓는 프로그램이었다. 시장에는 이미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포스퀘어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이용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던 창업자들은 사람들이 위치 확인이나 약속 잡기 기능은 거의 쓰지 않고 사진을 올리는 데만 집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두 달 동안 위치 확인과 일정 공유를 비롯한 부가 기능을 전부 지워냈다. 사진 촬영과 보정, 공유만 남긴 새 앱을 다시 짰다.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이 둔 제약은 단순했다. 사진은 가로세로 640픽셀의 정사각형으로만 잘라야 했고, 촬영자는 10개 남짓한 색감 보정 필터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당시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 노이즈가 심했고 렌즈 왜곡이 컸다. 인스타그램의 필터는 이 화질 결함을 옛 필름 카메라나 즉석카메라의 색감으로 가려 주었다.
이용자는 구도를 고민하거나 전문 보정 소프트웨어를 다룰 필요 없이 화면을 몇 번 눌러 평범한 일상을 그럴듯한 시각 기록으로 바꿀 수 있었다.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늘었다.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고 1년 뒤에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안드로이드용 앱을 내놓자 하루 만에 100만 다운로드가 쏟아졌다. 직원이 13명에 불과했고 연간 매출이 0원이던 이 회사를 눈여겨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출시 551일 만에 10억달러 인수를 제안했다. 야후가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를 인수할 때 치른 3,500만달러와 비교되며 시장에서는 지나친 고평가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 10억달러는 실리콘밸리 인수합병 역사에서 손꼽히는 거래가 됐다. 인스타그램은 인터넷의 중심을 글자에서 이미지로 옮겼다. 페이스북의 긴 문장이나 트위터의 140자 단문 대신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시각 중심의 소통이 확산되면서 식당과 카페는 인테리어와 음식의 모양을 스마트폰 화면에 맞추기 시작했고, 사진 속 상품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라는 직업군도 생겨났다.
인스타그램은 메타의 핵심 수익 기둥으로 올라섰다. 월간 활성 이용자 10억 명을 넘어섰고,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만큼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서 초기의 단순함은 흐려졌다. 창업자들은 페이스북 경영진과의 갈등 끝에 회사를 떠났고, 정지된 정사각형 사진 대신 숏폼 영상인 릴스가 화면을 채웠다.
피드에는 이용자가 팔로우하지 않은 계정의 맞춤형 추천 광고가 이어졌다. 2010년 10월 6일 두 개발자가 등록한 앱은 전 세계 20억 명이 매일 이용하는 시각 소비 시장이 됐다. 메타의 광고 매출 중 인스타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