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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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향료와 수술실 마취제로 쪼개진 잎, 60년 박멸 정책이 놓친 것

뉴저지 공장은 향료와 마취제로 분리...박멸 구호 매달린 60년 암시장 변질만 키워

리지

코카인3분

Illustration by Gemini

미국 뉴저지주 메이우드에는 겉보기에 평범한 화학 공장이 있다. 화학기업 스테판사가 운영하는 이곳은 미 마약단속국(DEA)의 허가를 받아 코카 잎을 수입하고 가공하는, 미국 안에 하나뿐인 상업 시설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온 수백 톤의 페루산 잎은 정밀한 화학 추출 공정을 거쳐 두 갈래 물질로 나뉘는데, 마약 성분을 완전히 털어낸 잎 추출물은 코카콜라 원액의 풍미를 내는 비밀 향료로 전량 공급된다. 따로 분리된 의약품 등급의 코카인은 제약사 말린크로트로 넘어가, 병원 이비인후과와 안과의 국소마취제가 된다. 코카인 유통은 이처럼 철저히 통제된 합법 상업 공급망과,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한 불법 밀매망이라는 두 갈래 영역으로 나뉘어 작동한다.

코카인은 남미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코카나무 잎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이다. 잎에 든 양은 무게의 0.1~0.8%에 그치지만, 이 미량을 화학 공정으로 뽑아내 농축한 것이 한쪽에서는 수술실의 국소마취제로, 다른 한쪽에서는 길거리 마약으로 갈라져 쓰인다.

안데스 산맥 비탈에서 자란 잎이 한쪽에서 대중 음료와 수술실 마취제가 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60년 넘는 마약 퇴치 전쟁이 이어졌다. 미국 정부는 1961년부터 남미 안데스 지대에서 원료 식물인 코카나무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박멸 정책을 본격화했고, 콜롬비아와 페루의 농경지에 제초제를 뿌리고 군경을 투입해 밭을 파헤치는 군사 작전에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고산지대 원주민에게 코카 잎은 수천 년간 피로와 고산병을 달래주던 일상의 약초였다. 하지만 단속의 칼날 아래서, 코카는 오직 암시장의 원흉으로만 다뤄졌다.

하지만 코카나무를 베어내면 마약 공급을 끊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어긋났다. 미국 정부 산하 26개 기관과 외국 파트너가 함께 구축한 통합대마약데이터베이스(CCDB)를 보면 현실은 냉혹했다. 단속반이 해마다 바다와 공항에서 수백 톤의 코카인을 압수해도, 그것은 전체 유통량의 일부에 불과했다. 군사적 차단 작전은 국경을 넘는 밀매를 막지 못했고, 주요 소비 도시의 길거리 공급량이나 가격을 흔들지도 못했다. 밭을 없애고 바닷길을 막아도, 견고하게 살아남은 수요가 공급망을 우회로로 끊임없이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 코카 밭을 제거하는 현장 요원들. 위키피디아

무차별적인 금지가 낳은 비극은 암시장의 위험한 변질로 이어졌다. 단속망을 피해 지하로 숨어든 밀매 조직들은 부피를 줄이고 이윤을 키우려 저렴한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섞기 시작했다. 가장 흔히 쓰인 첨가물은 동물용 구충제인 레바미솔이었다. 레바미솔은 몸속에서 코카인의 각성 작용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내며 전 세계 길거리 유통량의 상당수에 섞여 들어갔고, 이 불순물은 사용자들의 혈관과 백혈구를 파괴하며 치명적인 면역 질환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치사율이 높은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까지 섞여들었다. 오남용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독극물 사고다. 유통을 전면 금지해 위험을 없애겠다던 선언은, 역설적으로 약물의 순도와 조성을 통제 불능 상태로 빠뜨렸다.

박멸 정책의 한계가 뚜렷해지자, 생산국과 소비국 양쪽에서 다른 길을 찾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코카인과 석탄, 석유 중 무엇이 인류에게 더 치명적인가"라고 물으며, 금지 일변도의 정책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망치고 피비린내 나는 폭력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펨케 할세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 역시 마약 단속 전쟁이 범죄 카르텔에 천문학적인 이익만 쥐여주었다고 짚었다. 거래를 암시장에 두는 대신, 국가가 공공 규제의 틀 안으로 들여와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폭력을 끊고 공중보건을 지키려면 헛된 박멸 구호 대신 현실적인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뉴저지 메이우드의 공장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보면, 코카 잎의 본래 얼굴이 보인다. 그곳에서 코카 잎은 철저한 법적 통제 아래 유해 성분을 털어내고, 안전한 식품 향료와 수술실 마취제로 분리된다. 식물 자체에는 죄가 없었다. 문제는 그 식물을 다루는 인간의 제도에 있었다. 투명한 규칙 속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길들일 것인지, 아니면 맹목적인 금지 뒤로 숨겨 암흑가의 폭력과 오염에 내맡길 것인지의 갈림길이었을 뿐이다. 박멸이라는 손쉬운 구호에 매달리는 사이 우리가 정작 놓쳐온 것은 이 차가운 관리의 기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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