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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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 마우 비밀 서고, 제국의 면책을 무너뜨리다

케냐 식민지 배상 책임 부인하던 영국...비밀 서고 문서 드러나 배상 합의

리지

마우 마우3분

Illustration by Gemini

런던 고등법원 법정에 여든 살을 넘긴 케냐 노인 넷이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해 들어섰다. 식민 통치 말기 수용소에서 자행된 가혹행위의 법적 책임을 영국 정부에 묻는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영국 정부 변호인단은 1860년 자메이카 계엄령 판례까지 내세우며 맞섰다. 식민 통치가 끝나고 케냐가 독립하자 식민지 행정부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신생 독립국에 승계된 만큼 영국 정부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제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 영국 정부의 형식 논리는 재판장의 호통에 가로막혔다.

마우 마우는 케냐에서 1952년부터 1960년까지 영국의 식민 통치에 맞서 전개된 무장 저항을 일컫는다. 저항군은 스스로 부대를 "케냐 토지자유군"이라 칭했다. 하지만 식민 정부는 이들을 오직 마우 마우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몰아세웠다. 키쿠유족 소년들이 하던 말놀이 암호에서 따왔다는 설부터 토지, 자유, 자치를 가리키는 세 손가락의 첫머리를 땄다는 설명까지 어원을 두고 설이 분분했다. 영국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조직된 군대 대신 광기에 사로잡힌 원시 부족의 폭동으로 규정해야 국제사회의 시선을 차단하고 잔혹한 진압을 정당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란을 막겠다며 식민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교화를 내세운 수용소 체제였다. 영국 행정관 토머스 애스크위스는 이른바 "송유관"이라 명명한 수용소망을 구축했다. 수감자가 반군 맹세를 자백한 정도에 따라 백색, 회색, 흑색의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고된 강제 노동을 거쳐 사회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도 설계자가 약속했던 온건한 교정은 현장에서 잔혹한 고문으로 변질됐다. 백색으로 분류되어 풀려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이 반군 맹세를 부인하는 자백이었기 때문이다.

마우 마우 토벌 작전 중 물자를 운반하는 영국 식민지 군대 킹스 아프리칸 라이플스 부대원들. 위키피디아
식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영국 정규군과 현지 식민지 부대인 킹스 아프리칸 라이플스를 투입해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벌였다. 수도 나이로비 시내를 원천 봉쇄하고 주민 수만 명을 가두는 안빌 작전이 단행됐고, 반군이 은신한 삼림 지대에는 맹렬한 공습이 쏟아졌다. 수용소 안팎에서 1,000명이 넘는 수감자가 사형대에 올랐다. 식민 통치를 떠받치던 관료들은 현장에서 빚어지는 유혈 사태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결재를 이어갔다.

독립이 다가오자 식민 정부는 서둘러 문서를 파기했다. 탄압 과정에서 작성된 민감한 보고서들을 소각했고, 남은 극비 서류 수천 상자는 비행기에 실어 본국으로 빼돌렸다. 영국 버킹엄셔의 비밀 서고 핸슬롭 파크로 극비리에 옮겨진 이 문서들은 "이관 기록물"이라는 이름표를 단 채 반세기가 넘도록 철저히 감춰졌다. 영국 정부는 케냐 수용소 문서의 행방을 묻는 역사학자들의 요구에 수십 년 동안 "분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런던 법정에서 판사가 문서 제출을 강력하게 명령하자 외무부는 결국 서고 깊숙이 감춰두었던 8,800여 권의 케냐 식민지 문서를 제출했다. 비밀 상자가 열리자 국가가 숨기려던 진실이 쏟아져 나왔다. 수용소에서 자행된 구타와 살인을 총독과 식민지 경찰 수뇌부가 실시간으로 보고받고도 "사법 조사를 막아야 한다"고 주고받은 편지들이 원본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피고가 스스로 숨겨둔 기록이 도리어 원고의 승소를 뒷받침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기록을 확인한 법원이 재판 속행 결정을 내리자 영국 정부는 결국 소송 제기 4년 만에 물러섰다. 2013년 6월 6일 영국 외무장관 윌리엄 헤이그는 하원에 출석해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케냐 수감자 5,228명에게 총 1,990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나이로비에 희생자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그는 같은 자리에서 식민지 행정부의 행위에 대한 영국 정부의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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