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청년 고용률 최고라는데...구직 접은 2030 72만
10년 새 청년 인구 138만 줄 때 61% 급증...30대 쉬었음 81% 뛰어 31만

정부 발표와 공식 지표에 나타난 청년 노동시장의 겉모습은 숫자로만 보면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0만 8,000명 늘었고 30대 고용률은 80.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0대 고용률도 60.2%로 10년 전인 2015년보다 2.3%포인트 높고 실업률도 2%에서 6%대에 머물러 지표로는 완전고용에 가까워 보인다. 늘어난 취업자와 높은 고용률이라는 겉보기 지표만 보면 청년 일자리 시장은 절묘한 균형 속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10년 새 흐름을 들여다보면 이 균형추 가운데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들이 바로 그들이다. 청년 인구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20대와 30대 “쉬었음” 인구는 2015년 44만 4,000명에서 지난해 71만 7,100명으로 늘어 10년 만에 61.5% 급증했고, 구직을 멈추고 쉰 청년만 10년 새 27만 3,100명이나 늘었다.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바로 그 시기에 정작 노동시장에서는 일손을 놓고 떠난 청년이 유례없이 늘어나는 역전이 일어났다. 지표 호조의 이면에서 청년들의 이탈이 번진 것이다.
왜 이런 역전이 일어났을까? 힌트는 통계의 분모인 청년 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의 특성에 있다. 저출생 여파로 20대와 30대 청년 인구는 2015년 1,396만 900명에서 지난해 1,258만 3,800명으로 10년 새 137만 7,100명 감소했다. 인구라는 분모 자체가 가파르게 줄어들면 취업자 수가 조금만 버텨줘도 고용률이라는 비율 지표는 저절로 올라가기 마련이다. 여기에 구직 활동을 멈춘 이들이 실업자에서 빠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니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늘어날수록 실업자 수는 줄고 실업률은 더 낮아진다. 이런 왜곡 속에서 나타난 지표 호조가 겉보기 고용 호황과 실제 청년들의 체감 사이에 깊은 괴리를 낳은 배경이다.
그런데 최근 고용 사정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기존 구직난의 지도에 없던 새로운 축 하나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바로 30대다. 통상 구직난은 첫 일자리를 찾는 20대의 문제로 여겨져 왔으나 10년 새 가장 가파르게 일손을 놓은 연령대는 다름 아닌 30대였다. 2015년 17만 1,300명이던 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30만 9,300명으로 무려 80.6%나 급증했다. 30대 비경제활동인구 116만 5,900명 가운데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중도 9.6%에서 26.5%로 뛰어 넷 중 한 명꼴로 일과 구직을 멈춘 상태다.
기업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도 맞물렸다. 대기업의 정기 공채는 사라지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대세로 굳어진 데다 청년 일자리를 지탱하던 제조업 취업자는 25개월 연속 감소해 역대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고, 첫 직장을 나온 30대 경력자가 늘었지만 다시 들어갈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층의 눈높이가 어긋나는 가운데 단기 계약직과 재취업 준비를 오가던 청년들이 결국 장기 휴식으로 주저앉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이렇게 연령과 상태를 나눠서 다시 들여다보면 변화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난다. 과거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는 진학, 고시 준비, 육아라는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일시적 대기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 쉬었음 청년 72만 명은 아프거나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다음 행선지를 잃은 구조적 이탈인 데다 10년 새 27만 명 넘게 쌓인 이들의 구직 포기를 겉보기 고용률 상승이 가리고 있다.
정부로서도 청년들의 이탈을 단순한 현금 지원이나 단기 처방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예산을 쏟아부어 단기 인턴이나 공공일자리를 대거 늘린다고 하자. 그러면 청년들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할 수도 있고 채용 장려금을 받는 기업들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처우를 보장하지 못해 겉도는 일자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혔다고 손을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적어도 지금 어느 연령대의 쉼이 가장 절박한 경고인지 짚어볼 수는 있지 않을까? 30대의 80.6% 급증은 첫 취업의 지연을 넘어 사회 진입 이후의 좌절이 더 깊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고음이라는 점, 바로 이 대목이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노동시장에서 오는 신호를 “청년 고용률 사상 최고”라는 한 문장으로 뭉뚱그리면 정작 72만 청년이 왜 멈춰 섰는지는 놓치게 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첨단산업 인력 양성과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을 담은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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