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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파는 마약 암시장...길거리 말단 시급은 3.3달러
지부 보스가 매달 8500달러 쥘 때...말단 판매원은 최저임금도 못 받아

1990년대 미국 시카고의 한 골목에서 현장 조사를 하던 사회학 연구자 수디르 벤카테시가 갱단의 회계장부를 입수했다. "블랙 갱스터 디사이플 네이션"이라는 조직 지부의 회계 기록이었다. 숫자는 통념과 크게 달랐다. 지부의 한 달 매출은 3만 2,000달러였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총격을 무릅쓰고 크랙 코카인을 파는 말단 조직원의 시급은 3.3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의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목숨을 건 위험을 감수했지만 손에 쥔 대가는 턱없이 적었다.
마약 밀수는 법이 금지한 향정신성 약물을 불법으로 제조하고 유통해 판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대중매체는 이 암시장을 위험을 뚫으면 거액을 쥐는 기회의 땅처럼 그린다. 전 세계 마약 시장 규모가 해마다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는 추산도 이런 환상을 키운다. 위험이 크니 보상도 크다는 시장 논리가 들어맞는 듯 보인다. 하지만 회계 내역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한 달 매출 가운데 도매 코카인 구입비는 5,000달러였다. 무기와 변호사 비용 같은 운영비는 4,000달러였다. 이 거대한 차액은 어디로 갔을까.
이익은 철저하게 조직 정점에 집중됐다. 지부를 이끌던 대졸 출신 보스는 매달 8,500달러를 월급으로 챙겼다. 전국 조직을 총괄하는 중앙 이사회에는 매달 5,000달러가 상납됐다. 이사회가 전국에서 거둬들이는 돈만 한 달에 50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계절에 따라 수십 명에 이르던 말단 판매원에게 돌아간 돈은 다 합쳐 9,500달러였다. 간부 배분을 제하고 나면 말단 조직원이 손에 쥐는 돈은 시급 3.3달러 수준이었다. 체포되거나 총에 맞을 확률이 가장 높은 이들이 가장 적은 대가를 받았다.

이 불균형은 도시의 골목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한 공급망도 똑같은 피라미드 구조로 짜여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양귀비를 기르는 농민은 약 40억달러 아편 수출액 가운데 4분의 1만 손에 쥐었다. 나머지는 국경을 넘기는 무장 세력과 밀수 조직이 챙겼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코카 잎을 따는 농민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농민과 현장 운반자가 군대의 단속과 사형의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동안 초과이익은 폭력으로 유통망을 장악한 카르텔 수뇌부에 고스란히 쌓인다.
그렇다면 길거리 조직원들은 왜 시급 3달러를 받으면서도 총탄이 오가는 골목에서 버텼을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방세를 내지 못해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신세였다. 그럼에도 이 지부에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잔심부름을 도맡는 무급 지원자가 말단 인원의 네 배나 대기하고 있었다. 복권 같은 토너먼트 구조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보스가 감옥에 가거나 경쟁 조직의 총에 맞아 사라지면 자신이 다음 보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바늘구멍을 뚫고 정점에 오르면 큰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극도의 위험과 저임금을 버텼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노동자는 부당한 처우에 맞서 이직하거나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 테두리 밖에 자리 잡은 암시장에는 계약도 노동법도 없다. 계약을 강제하는 수단은 폭력밖에 없다. 정점에 선 극소수가 무력으로 공급과 영역을 독점하기에 밑바닥 노동자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어렵다. 위험이 커질수록 마약 가격에는 막대한 위험 할증료가 더해진다. 하지만 그 위험은 길거리 판매원과 농민이 대신 치르고 불어난 차액은 카르텔 정점이 챙긴다.
영화가 비추는 마약 거래는 화려한 활극이지만 그 현실은 철저하게 불균형한 착취의 피라미드 구조다. 길거리 청년들이 목숨을 걸고 벌어들인 대가는 하루 식비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시카고 갱단 지부의 보스 J.T.는 결국 사법당국에 체포돼 징역형을 받았다. 연구를 이끈 수디르 벤카테시는 갱단의 6년 치 장부를 분석한 결과를 학계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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