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현금 4000억에 빚낸 쿠쿠홀딩스...소각 피한 자사주가 부메랑 됐다
교환가액보다 29% 밑도는 주가...2027년 풋옵션 청구 시 소각 의무 직면

경남 양산의 쿠쿠홀딩스는 국내 전기밥솥 시장의 70%를 차지한 쿠쿠전자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쿠쿠홀딩스는 렌털 사업을 하는 쿠쿠홈시스 지분도 40.55% 보유하고 있다. 두 자회사를 거느린 쿠쿠홀딩스는 지난 15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4,727억원, 영업이익 531억원, 순이익 827억원을 올렸다. 6월 말 현금성 자산만 4,027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21%에 불과해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902억원 규모의 사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현금이 넘치는 회사가 사채를 발행한 이유는 담보에 있었다. 쿠쿠홀딩스는 담보인 교환 대상으로 자사주 231만 1,542주를 내놓았다. 지분 6.50%다. 이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0%였다. 만기이자율도 0%였다. 발행 시점 역시 자사주 강제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한 시기였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곧바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채 형식을 빌려 자사주를 한국예탁결제원에 맡겨두었다는 지적이다. 법 개정에 따른 소각 의무를 피하려는 편법을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계산이 빗나갔다. 쿠쿠홀딩스가 발행 당시 고점에서 책정한 교환가액은 3만 9,050원이다. 현재 주가는 2만 7,800원으로 교환가액보다 29%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교환가액을 밑돌면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꿀 이유는 사라진다. 게다가 이번 사채에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붙어 있다. 투자자는 발행 2년 뒤인 2027년 9월부터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주가가 반등하지 못해 2027년 9월 풋옵션이 행사되면 쿠쿠홀딩스는 902억원을 돌려줘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상환 뒤 남는 주식에 있다. 올해 3월 개정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본격 시행되면서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은 전면 금지됐다. 사채 계약이 끝나 돌아온 자사주는 즉시 법적 소각 의무 대상으로 분류되어 소각을 피하려 맡겨둔 6.50% 지분이 풋옵션 상환과 함께 강제 소각 대상이 된다.
쿠쿠홀딩스의 시가총액은 9,886억원이다. 한 해 1,400억원 넘는 순이익을 내고 현금 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6.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5배에 머물고 있다. 시장은 견고한 실적보다 자사주 소각을 미룬 자본 배분 태도를 주가에 더 무겁게 반영했다.
쿠쿠홀딩스 관계자는 "조기상환청구 기간은 2027년 7월 24일 이후로 당해연도에 풋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시간을 벌었지만 만기는 정해져 있다. 첫 조기상환 청구일인 2027년 9월 22일까지 주가가 3만 9,050원을 밑돌면 902억원을 돌려주고 231만 주의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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