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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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영상으로 띄운 격추왕...가짜 뉴스로 전선 뒤흔든 정보전

6기 격추 영웅은 시뮬레이션 게임...생성형 AI와 딥페이크 동원한 심리전

리지

정보전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틀째 수도 상공에서 적기 6기를 홀로 격추했다는 "키이우의 유령" 영상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뒤흔들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미그-29 전투기가 화염을 내뿜으며 비행하는 교전 영상을 공식 계정에 올리며 전설적인 조종사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전 세계를 열광시킨 이 공중전 화면은 상용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디지털 컴뱃 시뮬레이터" 화면을 녹화해 편집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이었다.

정보전은 전선의 무력 충돌과 맞물려 여론과 심리를 장악하려는 허위 정보 유포 공작을 뜻한다. 러시아 정부와 국영 매체가 대대적인 선전전을 주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역시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이려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흑해 즈미이니섬을 지키던 국경수비대원 13명이 러시아 군함에 맞서다 전원 전사했다는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영웅 칭호를 부여하겠다고 밝혔으나 나흘 뒤 이들이 러시아군의 포로로 잡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키이우의 유령도 전황이 급박해지자 결국 실체를 드러냈다. 2022년 4월 말 우크라이나 공군은 공식 성명을 내고 키이우의 유령이 가공의 인물이라고 시인했다. 공군은 유령이라는 존재가 조종사들의 집단적 정신을 상징할 뿐이라고 설명하며 "정보 위생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정보를 확산하기 전에 출처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를 영웅화한 키이우의 유령 삽화. 그림 안드리 단코비치, CC BY-SA 4.0, 위키피디아

러시아가 가동한 정보전 기구는 한층 더 기괴한 가상의 세계를 설계했다. 2022년 10월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 공식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위험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전투 모기" 드론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미국 문양을 새긴 조류가 러시아 영내에 치명적인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기도록 훈련받았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러시아의 조작 기술은 디지털 신기술과 결합하며 더욱 정교해졌다. 러시아 국영 방송과 소셜미디어 계정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대에 항복을 명령하는 딥페이크 합성 영상을 제작해 유포했다. 독립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의 추적에 따르면 러시아 공작원들은 있지도 않은 우크라이나발 가짜 영상을 스스로 만든 뒤 이를 직접 반박하는 자작 검증 공작까지 실행했다. 전선에서 일어나는 실제 폭격 영상을 대중이 불신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컴퓨터 게임 화면에서 출발했던 키이우의 유령은 전장의 공포와 영웅을 향한 갈망 속에서 거대한 신화가 됐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허구성을 시인하며 "정보 위생"을 호소한 뒤에도 가상과 현실이 뒤엉킨 환상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조종사의 신원과 가짜 전사 소식을 사실로 둔갑시켜 부고 기사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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