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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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사형대 발판 치우는 유족...올가미 죈 교도소의 생사 거래

살인죄 처벌권을 피해자 가족에게 일임...사형 집행과 사면이 돈에 좌우되는 제도

리지

키사스2분

Illustration by Gemini

새벽 4시, 이란 교도소 마당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교수대 위에 선 살인범의 목에 밧줄이 걸리고, 교도관이 아닌 피해자 유족이 사형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교도소에서 처형을 앞둔 사형수가 딛고 선 받침대를 직접 걷어차 목숨을 끊을 권리가 이란 법률상 국가 대신 피해자 유족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족이 그 자리에서 가해자를 용서하겠다고 밝히면 사형 집행은 즉시 중단되고 사형수의 목에 걸린 올가미가 풀린다.

키사스는 이슬람 샤리아 법에서 눈에는 눈이라는 동태복수 원칙에 따라 살인자를 처벌하는 형벌 제도다.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형법전을 개편하면서 고의 살인죄를 공적 범죄와 분리해 피해자 가문에 대한 사적 침해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가해자를 처형할 권리와 함께 목숨을 살려주고 피값인 "디야"를 받아낼 권리도 오직 피해자 유족의 몫이 됐다.

이 구조 아래에서는 국가 원수나 재판부조차 사형 선고를 감형하거나 사면할 권한이 없으며, 판사는 유족에게 가해자를 용서하고 피값에 해당하는 합의금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데 그친다. 사법부는 유족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양측이 피값 액수를 절충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통상 판결 확정 뒤 5년 동안 집행을 미룬다.

이슬람 혁명 직후 사형을 집행하는 총살대. 위키피디아

사형 집행권이 유족의 처분에 맡겨지면서 형벌은 사법적 단죄보다 금전 거래의 성격을 띠게 되었고, 유족이 요구하는 피값을 감당하지 못한 사형수는 고스란히 교수대로 향했다. 반면 거액의 보상금을 지불하고 유족의 사면을 받아낸 가해자는 최소 2년에서 3년가량의 징역형을 복역한 뒤 사회로 복귀했다.

사형 집행 날짜가 다가와도 거래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며, 이란 법률은 사형 집행장에 유족과 가해자 가족 모두를 배석하도록 의무화해 마지막 순간까지 피값 협상의 여지를 남긴다. 군인을 살해한 혐의로 크레인에 매달렸던 한 사형수가 숨이 멎기 직전 유족의 용서 선언으로 밧줄에서 내려져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도 있었다.

국가가 맡아야 할 형벌권을 사인에게 위임한 사법 체계에서, 유족은 결국 사형 집행관이자 거액의 피값을 저울질하는 협상 당사자가 됐다. 피해자 가족은 교수대 발판을 직접 걷어찰 것인지, 합의금을 받고 사면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다. 2024년 한 해 동안 이란 사법부는 900명이 넘는 수형자를 처형하며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의 6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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