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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빚어낸 보스니아 피라미드...흙더미에 깎여나간 진짜 역사
자연 언덕 깎아 만든 가짜 고대 유적...비소코 찾은 20만 관광객

2005년 보스니아 중부 도시 비소코의 야산에서 한 남자가 곡괭이를 든 인부들을 불러 모았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던 보스니아계 사업가 세미르 오스마나기치였다. 그는 숲으로 덮인 해발 767m의 비소치차 언덕을 두고 고대 일리리아인이 3만 4,000년 전 세운 세계 최대 피라미드라고 주장했다. 이집트 쿠푸왕 피라미드보다 3분의 1 이상 큰 고대 유적이 마을 뒷산에 묻혀 있다는 주장이었다.
보스니아 피라미드는 2005년 사업가 세미르 오스마나기치가 비소코의 자연 언덕을 고대 건축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생겨난 사이비 고고학 유적이다. 내전의 상처와 빈곤을 겪던 지역에 관광객을 모으고 민족적 자부심을 세우겠다며 산비탈을 깎아 꾸며낸 가짜 유적이다.
발표 직후 보스니아 전역이 들썩였다. 오스마나기치가 이끄는 발굴단은 인공 콘크리트 슬래브와 고대 터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굴착 자금을 지원했고 학교는 학생들을 현장으로 보내 민족의 유산이라 가르쳤다. 자연 언덕을 고대 건축물로 둔갑시킨 사이비 고고학 이론이었다. 하지만 첫해에만 관광객 20만 명이 이 작은 마을을 찾았다.
학계 조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드러냈다. 현장을 조사한 투즐라대 지질학 연구팀은 6개 시추공을 뚫은 뒤 공식 보고서를 냈다. 비소치차 언덕은 마이오세 이후 지각 운동과 침식으로 형성된 자연 퇴적층이라는 결론이었다. 발굴단이 콘크리트라고 주장한 암석은 흔한 역암과 사암에 불과했다.

발굴 현장에서는 의도적인 조작과 문화재 파괴가 이어졌다. 발굴단은 언덕 경사면을 깎아 계단식 피라미드 형태로 흙을 다듬었고 유럽 고고학 연구를 대표하는 학술 단체인 유럽고고학협회는 선언문에서 "대중을 속이는 잔인한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피라미드가 묻혔다는 언덕 정상은 14세기 보스니아 왕국의 비소키 성채 유적지였다. 허구의 유적을 찾겠다며 언덕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성채 터 아래 묻힌 고대 로마 관측소와 중세 문화재가 훼손됐다.
사기극이 멈추지 않은 배경에는 비소코가 겪은 전쟁의 상처가 있었다. 비소코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의 격전지로 2억달러 규모의 시설이 파괴된 상태였다. 폐허 속에서 주민들에게는 고대 문명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절실했고 찾아오는 관광객은 상점과 식당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 됐다. 허구를 고발하려던 자국 학자들은 도리어 반보스니아 세력으로 매도당했다.
첫 삽을 뜬 지 20년이 흘렀지만 피라미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스마나기치는 언덕 주변 갱도를 라브네 터널로 명명하고 명상과 치유를 내세운 공원으로 꾸몄다. 지방 정부는 이 공원을 관광지로 지정하고 진입로 포장 예산까지 지원했다. 자연 언덕을 깎아 만든 가짜 피라미드는 지금도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을 비소코로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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