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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조지의 나라 뒤에 숨은 늑대의 땅...조지아가 8000년 묻어둔 자칭
라틴어 지도와 페르시아어 부족 이름의 엇갈림...땅속 크베브리에 담아온 사카르트벨로의 역사

흑해와 카프카스산맥 사이의 조지아는 남카프카스 국가다. 1320년 지도학자 피에트로 베스콘테가 양피지 세계지도에 라틴어로 "조르지아(Jorgia)"라는 글자를 처음 새겼다. 중세 유럽 순례자들은 이 나라가 성 조지(St. George)를 숭배해 조지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보았다. 프랑스의 자크 드 비트리 주교는 십자군 전선에서 성 조지의 깃발을 앞세우던 이들의 모습에서 조지아라는 국명이 유래했다고 기록했다.
언어학 연구는 이 지명의 출발점을 페르시아어로 짚는다. 고대 페르시아인이 카프카스 남쪽 민족을 가리키던 단어 "구르즈(Gurj)"가 그 뿌리였다. 페르시아어로 늑대를 뜻하는 "구르그(gurg)"에서 비롯돼 본래 "늑대의 땅(Gorgan)"을 뜻했다. 비잔틴 제국을 거치며 유럽으로 건너간 이 부족 이름은 성 조지의 라틴어 발음과 겹쳐 종교적 지명으로 굳어졌다.

정작 현지 주민들은 스스로 조지아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들의 언어로 국명은 토착 민족인 카르트벨리인의 땅을 뜻하는 "사카르트벨로(Sakartvelo)"다. 카프카스 본토보다 앞서 2000km 떨어진 예루살렘의 5세기 말 수도원 바닥에서 고유 문자인 아솜타브룰리로 새겨진 "카르트벨리인" 비문이 발굴됐다.
이들의 신앙과 생활은 땅속 포도주 양조와 이어져 있었다. 8000년 전 신석기 유적의 점토 항아리는 인류 최고(最古)의 포도주 양조 흔적으로 확인됐다. 거대한 점토 항아리 "크베브리(Qvevri)"를 땅에 묻어 발효시키는 방식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4세기 성녀 니노가 기독교를 전할 때 든 십자가마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묶은 포도나무 가지였다.
소련 시절 "그루지야"로 불리던 조지아는 독립 이후 각국에 러시아식 표기를 버려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리투아니아는 정부 공식 문서에서 국명을 현지어 그대로 "사카르트벨라스"로 바꿨다. 1977년 보이저 1호의 골든 레코드에는 바흐와 모차르트 사이에 이들의 3부 다성합창 민요 "차크룰로"가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1320년 베스콘테가 지도에 라틴어 이름을 새기기 전부터 이 땅은 고유한 문자와 8000년 된 양조 기술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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