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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 맞고 달린 올림픽 마라토너...대회 규칙집엔 "약물 각자 챙겨라"

1904년 올림픽 보고서의 약물 투여 찬양...선수 사망 사고 뒤에야 검사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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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도핑2분

Illustration by Gemini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 결승선을 11km 앞두고 미국 대표 선수 토머스 힉스가 쓰러지려 했다. 트레이너 찰스 루카스가 주사기를 꺼냈다. 루카스는 쥐약 성분인 황산 스트리크닌 1mg을 힉스의 근육에 찌르고 브랜디를 연거푸 마시게 했다. 결승선 6km 전에도 스트리크닌 주사를 맞은 힉스는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늘날 스포츠에서 도핑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부정행위로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당시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보고서는 정반대로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 마라톤은 의학적 관점에서 약물이 장거리 경주 선수들에게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혹독한 경주에서 선수가 끝까지 달리려면 독극물 주사라도 놓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 스포츠계의 상식으로 통했다.

20년 뒤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앙리 펠리시에는 전년도 대회에서 우승한 프랑스 사이클 선수였다. 그는 기자 앞에서 가방을 털어내며 눈에 넣는 코카인, 잇몸에 바르는 클로로포름, 무릎에 온기를 주는 고약, 알약 세 상자를 꺼내 보였다. 펠리시에는 "우리는 다이너마이트로 달린다"고 털어놓았다. 몇 년 뒤 주최 측이 낸 공식 규정집에는 "선수에게 지급하는 물품 목록에 약물은 들어있지 않다"는 조항이 실렸다. 주최 측은 약물을 금지하지 않고 선수 각자가 챙겨 오도록 내버려 뒀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에서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으며 달리는 토머스 힉스. 위키피디아

세계 육상을 총괄하는 국제육상연맹이 일찍이 도핑을 금지했지만 검사 장비가 없어 선수의 말에만 의존했다. 규정은 있었지만 검사는 없었다. 경기장 뒤편에서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각성제인 암페타민이 여전히 오갔다. 도핑 검사는 선수가 경기 도중 숨진 뒤에야 실제로 도입됐다. 1960년 로마 올림픽 100km 사이클 경주 도중 덴마크 선수 크누드 에네마르크 옌센이 쓰러져 숨졌다. 부검 결과 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사망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올림픽 공식 검사가 시작됐다.

스포츠 기구들은 선수의 사망 사고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도핑 검사를 서둘렀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스트리크닌 두 대를 맞고 금메달을 땄던 힉스는 생사의 갈림길을 헤맸다. 며칠 뒤에야 메달을 받았다. 힉스는 살아남았지만 그날 이후 다시는 트랙을 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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