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의사는 늘었는데 약품은 부족했다...쿠바 무상 의료의 안과 밖
혁명 뒤 의료 인력 공백을 메운 지역 진료망...해외 유상 파견으로 이어진 의사 양성

쿠바는 의사를 직접 양성해 지역 진료망을 넓히고 해외에도 파견했지만 병원에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공급하지는 못했다. 2001년 영국 의회에 제출된 현지 방문 보고서에는 지역에 배치된 의사들의 활동과 함께 장비 부족, 필수 약품을 자주 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 기록돼 있다. 의사 양성 체계를 갖췄다고 약품 확보 여건까지 갖춘 것은 아니었다.
쿠바 보건부의 2024년 잠정 통계에 집계된 의사는 7만 5,364명이다. 의사 수는 인구 1만 명당 76.1명으로 주민 1,000명당 7.61명에 해당한다. 이 의사 수는 보건 인력 등록 자료를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이며 자료의 표에는 해외 파견 인원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진료하는 의사 수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
혁명 이전에도 쿠바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당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1958년 의사 수는 인구 1만 명당 9.2명이었다. 하지만 1959년 혁명 이후 의료 인력의 이탈이 이어졌다. 역사 연구에서는 1959~1963년 쿠바를 떠난 의사를 2,000~3,000명으로 추정한다.
미국세계보건협회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의사의 약 절반이 미국 등으로 떠나 쿠바에는 의사 3,000명, 의과대학 정교수 16명만 있었다. 환자를 진료할 의사와 새 의사를 교육할 정교수가 함께 줄었다.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려던 정부는 새 의사를 시급히 양성해야 했다. 의사 양성을 늘리는 초기 조치로 정부는 1963년 입학 인원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정부는 1961년까지 민간 병원과 의료협동조합 등을 국유화해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 체계를 구축했다. 정부는 국가 재정으로 주민에게 무상 진료를 제공했지만 환자의 의료 관련 지출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2002년 연구에 따르면 가계는 외래 처방약과 안경,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 비용을 부담한다.
이후 정부는 의사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을 지역 배치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1976년 보건부는 의료 인력 교육을 맡으면서 의료체계의 인력 수요와 주민의 건강 상태를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1980년대에는 각 지방에 의료교육 기관이 늘어나 학생들이 장차 진료할 지역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됐다.
1984년 전국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가족 주치의 제도는 양성한 의사가 지역에서 할 일을 구체화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한 조로 담당 구역의 120~150가구를 맡아 진료하고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살폈다. 전문의 진료나 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지역의 종합진료소로 연결했다. 의학교육도 이 지역 진료를 맡을 일반의를 양성하도록 개편됐다.
지역 진료망이 확대된 뒤에도 쿠바는 의료 물자 공급을 해외에 크게 의존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뒤 지원과 교역이 줄면서 의료 장비와 부품, 약품 수입이 타격을 받았다. 의사를 교육하고 배치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어도 수입 물자를 확보할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 진료에 필요한 물품은 부족해질 수 있었다.
쿠바는 이런 경제 위기를 겪기 전부터 해외 의료 지원에 나섰다. 쿠바는 1963년 알제리에서 장기 의료 지원을 시작한 뒤 파견을 확대했다. 영국 하원의원들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의회에 제시하는 발의문에는 2006년 당시 68개국에서 활동하는 쿠바 의사가 2만 5,000명으로 기록돼 있다.
2000년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맺은 협력 협정에는 석유 공급과 의료 지원이 함께 포함됐다. 제III조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원유와 석유제품을 하루 최대 5만 3,000배럴 공급하기로 했다. 제IV조에 따라 쿠바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베네수엘라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파견 인력의 숙박·식사·현지 교통비를 부담하고 쿠바는 이들의 급여를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해외 파견에는 상대국이 쿠바 정부에 대금을 지급하는 유상 계약도 있었다. 2013~2018년 브라질 파견 사업은 미주 지역 보건 협력을 맡은 범미보건기구의 중개로 진행됐으며 브라질 정부는 쿠바 정부에 의료 인력 제공 대금을 지급했다. 미국 의회의 정책 연구를 맡은 의회조사국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종료 전 의사들이 받은 보상은 브라질이 쿠바에 지급한 1인당 대금의 약 25%였다. 쿠바 정부가 받은 대금과 현장에서 일한 의사에게 돌아간 보수는 명확히 구분됐다.
쿠바의 2018년 의료서비스 수출 수입은 64억달러였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2018년 의료서비스 수출이 쿠바의 최대 외화 수입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 차원의 의료서비스 수출 수입을 의사 개인의 소득으로 볼 수는 없다.
의료서비스 수출이 큰 외화 수입원이 된 뒤에도 국내 병원에서는 물자 부족으로 환자가 물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계속됐다. 쿠바의 필자 요아니 산체스는 2020년 4월 병원 환자들이 시트와 음식까지 직접 가져오는 상황을 기록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