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30년 전 영수증 뒤지는 중국 세무서, 마른 수건 쥐어짜기 징세의 역설

토지 매각 수입 30% 급감에 세무조사 소급과 수출 부가세 환급 폐지...내수 얼리고 덤핑 수출 밀어내는 조세 역주행

리지

토지재정3분

Illustration by Gemini

1994년 중국이 주룽지 총리의 주도로 분세제 개혁을 단행했을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는 거대한 암묵적 분업 체계가 들어섰다. 중앙정부는 부가가치세와 기업소득세 같은 알짜 세수를 챙기고, 지방정부는 국유지 사용권을 개발업자에게 넘겨 곳간을 채우는 구조였다. 이른바 토지재정이라 불린 이 방식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도시화와 인프라 확장을 떠받친 핵심 동력이었다. 중앙정부가 거시정책의 방향을 잡고 지방정부는 땅을 팔아 빚을 갚고 공장을 지으며 재정 균형을 유지하는 듯했다.

토지재정은 1994년 세제 개편 이후 중앙에 주요 세원을 넘겨준 지방정부가 도시화와 인프라 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구축한 재정 구조다. 국가 소유 토지의 사용 권리인 국유토지사용권을 팔아 재정을 메우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 30년 묵은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졌다. 균형이 무너진 뒤 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부동산 침체와 소비 위축, 물가 하락이라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진 경제에서는 마땅히 가계 소득을 보전하고 재정 지출을 늘려 소비를 떠받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 중국 재정 당국은 경기 부양 대신 징세 강화라는 가파른 긴축 페달을 밟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모양새다.

왜 이런 역전이 일어났을까? 힌트는 지방정부의 텅 빈 금고에 있다. 5년 전 정점 당시 한 해 8조 7,051억 위안에 달했던 지방정부의 국유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지난해 14.7% 줄어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1.5% 급감해 9,778억 위안에 머물렀다. 지방 세입의 40% 이상을 메워주던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자, 만성적인 부채와 공무원 급여 지급에 쫓긴 지방정부는 징세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눈을 돌렸다.

지방 세무 당국은 빅데이터 과세망을 가동해 기업들의 과거 세무 내역을 털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20~30년 전 납부 내역까지 소급해 추징하는 이른바 "도차" 사태가 벌어졌고, 행정 과태료와 벌금 같은 세외수입 징수가 급격히 늘었다. 중앙정부 역시 과잉 설비를 억제하고 세수를 확보하겠다며 태양광 제품의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을 전면 폐지하고 배터리 환급률을 6%로 낮췄다. 탈세를 잡고 보조금을 걷어낸다는 명분 아래 모든 부서가 경쟁하듯 민간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나선 격이다.

그 결과 거시경제 상식과 정반대의 숫자가 나타났다. 내수 소비가 바닥을 기고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를 맴도는 불황 속에서도, 지난 7월 중국의 세수는 전년 대비 13% 넘게 뛰었고 재정적자는 줄었다. 미시적으로는 세금을 빈틈없이 걷어 재정 결손을 메웠을지 몰라도, 거시적으로는 위축된 가계와 기업의 가처분소득을 한 번 더 깎아내려 총수요를 짓누르는 조세 역주행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세무 당국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누락 세금을 바로잡고 과잉 설비에 기대던 수출 보조금을 정상화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무너진 지방 재정을 건전화하고 한계 기업의 도태를 유도하는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명분이다. 하지만 집안에 불이 났을 때 필요한 것은 불을 끌 물이다. 마른 장작을 뒤져 먼지를 털어낼 때가 아니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태에서 현금을 쥐어짜면 민간 경제는 재투자와 소비의 여력을 완전히 잃는다.

이 역주행의 청구서가 가장 무겁게 날아드는 곳은 한국 제조업계다. 국내에서 세금 압박을 받고 내수 판로가 막힌 중국 기업들은 1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내며 해외로 덤핑 수출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신청한 반덤핑 조사 13건 중 9건(69.2%)이 중국산이었고, 석유화학과 배터리 공장들은 중국발 저가 공세에 밀려 뼈를 깎는 감산에 돌입했다. 중국 내수의 불씨가 꺼질수록 한국의 주력 산업이 짊어져야 할 공급과잉의 부담은 더 커진다.

다음 분기에 눈여겨볼 지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지방정부의 국유토지사용권 매각 수입 감소율이 30%대에서 멈추고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폐지 이후 중국 제조업체의 글로벌 수출 단가가 안정을 찾는지, 아니면 가격 파괴를 동반한 밀어내기 수출이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지방정부의 토지 수입이 바닥을 치지 못하면 세무서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는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세무조사와 재정 긴축을 단순한 기강 잡기나 세수 확보로만 읽으면 그 뒤에 도사린 거대한 구조적 왜곡을 놓치게 된다. 30년 전 먼지 쌓인 영수증 상자를 뒤져 당장의 곳간을 채우는 사이, 중국 경제의 내수 엔진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 닫힌 문틈으로 밀려 나오는 디플레이션의 파도는 이미 국경을 넘어 글로벌 산업 생태계 전체의 마진을 위협하고 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