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통계 읽기

아빠 육아휴직 10% 돌파 뒤편...4명 이하 사업장 엄마는 41%뿐

대기업 78% 쓸 때 영세 사업장은 절반 밑돌아...고용보험 가입자만 센 통계

리지

기업체 규모별 출생아 부모의 ...3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4년 출생아 아빠가 실제로 육아휴직을 쓴 비율인 육아휴직 사용률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10.2%를 기록하며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올라선 것이다. 2015년 0.6%에 머물렀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0년 만에 17배로 증가했다. 아이를 낳은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 역시 2015년 59.1%에서 지난해 72.2%로 꾸준히 올라 70% 선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직장 분위기 변화와 제도 안착을 들며 “맞돌봄 문화의 확산과 제도 개선의 성과”라고 설명했고, 겉으로만 보면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정부 정책이 거둔 뚜렷한 진전처럼 보인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2015년부터 작성해 온 국가통계인 “기업체 규모별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에 나온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가 집계해 온 통계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계를 사업장 규모별로 나누는 순간 숫자가 그려온 풍경은 둘로 갈라진다.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의 78.4%가 육아휴직을 썼다. 50명에서 299명 사이 중소기업에서도 이 비율은 79.9%에 달했다. 직원이 50명을 넘는 사업장에서는 엄마 80%가 직장을 잠시 떠나 아이를 돌보는 일이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4명 이하 영세 사업장으로 눈을 돌리면 그 비율은 41.0%로 떨어져 절반을 밑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고도 영세 사업장의 엄마 10명 가운데 4명 남짓만 겨우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남성 근로자의 격차는 한층 더 가파르다. 300명 이상 대기업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2.5%까지 올라 대기업 아빠 8명 중 1명이 직장을 잠시 비웠다. 반면 4명 이하 사업장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2%에 머물러 영세 사업장의 아빠는 16명 가운데 1명만 휴직할 수 있었다. “아빠 육아휴직 10% 돌파”라는 화려한 평균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빠른 확산세가 끌어올린 결과이고, 작은 사업장의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바라기 힘든 먼 나라 이야기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 뒤에 숨겨진 통계의 기준, 바로 비율을 계산하는 기준인 “분모”다. 통계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한 해 태어난 전체 출생아 부모를 분모로 집계하지 않는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자격이 있는 상시·임시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계산한 수치다. 일하다 아이를 낳아도 휴직 자체가 불가능한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같은 비임금근로자는 애초에 통계의 출발선에서 빠져 있다. 매달 고용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며 일하는 제도권 근로자 부모로 좁혀 보아도, 4명 이하 사업장에서는 엄마의 59.0%와 아빠의 93.8%가 아이를 낳고도 끝내 육아휴직을 쓰지 못했다.

작은 사업장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멈춰 서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직원 한두 명이 빠지면 당장 가게나 공장이 멈춰 서는 영세 사업장에서는 빈자리를 채울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동료와 사업주의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 신청서를 내는 것 자체가 사실상 퇴사를 각오해야 하는 결단이 된다. 고용노동부가 대체인력 지원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정부가 지원금을 줘도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빈자리에 따르는 유무형의 부담을 개별 근로자와 영세 사업주가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에서, 작은 사업장의 육아휴직은 생계를 걸고 감수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에 가깝다.

일터 크기에 갈린 엄마의 육아휴직 (단위=%) 2024년 기업체 규모별 출생아 모의 육아휴직 사용률 414명 이하 67.55~49명 79.950~299명 78.4300명 이상 전체 평균 72.2%
5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엄마 80%가 육아휴직을 썼지만 4명 이하 사업장은 41.0%에 그쳤다.

정부 정책의 방향 역시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사업장 간의 간극을 더욱 넓히고 있다. 정부는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며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올리고 사용 기간을 늘리는 등 제도적 혜택을 잇달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의 근로자에게만 고스란히 닿는다. 휴직 신청 자체가 어려운 영세 사업장 근로자에게 급여 상한 인상이나 기간 연장은 “남의 집 잔치”나 다름없다. 제도가 정교해지고 혜택이 늘어날수록, 제도를 온전히 누리는 대기업 정규직과 법의 울타리 밖에 방치된 영세 사업장 사이의 돌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평균 10%”라는 수치에 안도하는 사이 아이를 돌볼 권리는 사업장 크기에 따라 둘로 갈라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부모에게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가 되어 가지만, 작은 사업장의 부모에게는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사치로 남아 있다. 영세 사업장의 대체인력 공급망을 공공이 책임지고 소규모 사업장의 돌봄 공백을 메울 실질적 장치 없이, 급여 상한만 높이는 정책으로는 이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 평균의 착시를 걷어내지 않으면 육아휴직은 사업장의 격차를 아이의 출발선으로 대물림하는 제도로 굳어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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