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5년 더 목에 건 "사원증"...현대차 신규 채용은 23% 줄었다

임금피크제 5년 유예 잠정합의...호봉제 유지로 청년 공채 막히고 노조원 5만서 3만명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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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2분

Illustration by Gemini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출입구에서 교대근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플라스틱 사원증을 찍으며 나선다. 그 사원증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제조업에서 가장 견고한 정규직 신분의 상징이었다. 현대차 노사는 법정 정년이 늘어나면 이를 즉시 적용하는 내용의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정년 연장이 법제화되면 생산직 노동자들은 목에 건 사원증의 유효기간을 5년 더 늘리게 된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손대지 않은 채 정년만 늘린 데 있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은 만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60세에 10%를 깎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 노사는 법정 정년이 연장되면 임금피크제 적용을 5년 미뤄 정년 직전까지 기존 호봉에 따라 임금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이 제조업 전반의 요구로 번질 채비를 마쳤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제도적 실패를 겪었다. 국회는 2013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면서 사업장의 임금체계 개편을 명시했지만 강제 벌칙이 없어 호봉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은 신입의 2.95배에 달한다.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과 견주어도 두 배 가까이 연공서열이 가파르다.

호봉제를 유지한 정년 연장의 대가는 청년들이 치르고 있다. 기업은 고임금 고령 인력을 떠안은 상태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 문부터 닫는다. 실제로 현대차의 신규 채용 인원은 지난해 8,522명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정년 연장으로 대기업에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최대 1.5명 감소했다.

물론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반론에도 일리는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밀려나는데 법정 정년이 60세에 멈춰 있다면 은퇴자는 소득 공백에 내몰린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서 한국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평균 나이는 52.9세다. 정년을 온전히 채우고 퇴직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20%를 밑돈다. 호봉제를 손보지 않는 정년 연장은 소수 대기업 정규직에만 혜택이 쏠리는 불평등을 낳는다.

호봉제를 유지한 정년 연장은 노조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현대차 생산직은 해마다 1,000명이 정년퇴직으로 공장을 떠나지만 신규 채용이 막히면서 청년 유입은 끊겼다. 한때 5만 명에 달했던 현대차 노조원 수는 지난해 3만 명대로 줄었다. 기득권을 지키려 청년을 배제한 대가로 노조 스스로 존립 기반을 허물고 있다.

앞으로 눈여겨볼 지표는 국회의 법 개정과 주요 대기업의 채용 규모다.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임금체계 개편을 법적 요건으로 담을지 지켜봐야 한다. 올해 하반기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들이 신규 공채 문을 얼마나 열지도 시험대다. 채용 감소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연공급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지우는 제로섬 거래라는 점이 거듭 드러난다.

울산공장 정문 출입구에서 사원증의 유효기간은 늘어났다. 하지만 호봉제를 손보지 않은 정년 연장은 청년의 기회를 빼앗고 공장의 미래를 닫는 결과를 낳는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2026년 8월 26일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타결했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현행 임금피크제를 5년 뒤로 미뤄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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