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커피 포대값이 19개월간 27% 빠지는 동안...한국 커피 물가는 되레 올랐다
사상 최고 뒤 27% 내려온 국제 생두 시세...커피 볶는 쪽 영업이익률은 11.0%에서 14.8%로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커피 생두는 17만 4,874톤, 국제커피기구가 커피를 세는 단위인 60킬로그램 포대로 291만 개인데, 포대 하나에 붙는 시세는 국제 거래에서 쓰는 무게 단위인 파운드(약 454그램)당으로 적는다. 생두 시세는 지난해 2월 354.32센트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가 18일에는 258.77센트가 되어 19개월 사이 27% 내렸지만, 국가데이터처가 낸 8월 커피 소비자물가지수는 146.06으로 1년 전보다 2.0% 높았다.
이 글이 따지는 커피값은 산지에서 생두 포대에 붙는 국제 시세와 한국 소비자가 봉지커피와 매장 커피에 치르는 값 두 가지인데, 지난해 2월부터 19개월 동안 국제 시세는 내렸고 소비자가 치르는 값은 올랐다.
파운드당 센트로 적는 이 포대값이 국제커피기구가 내는 종합지표가격으로, 1962년 협정으로 생산국과 커피를 사다 마시는 나라인 소비국의 정부가 함께 만든 이 기구가 산지에서 오간 값을 모아 하나의 수치로 내놓는다. 반면 커피 소비자물가지수는 국가데이터처가 매달 내는, 한국 소비자가 커피에 치르는 값의 지수다.
지난해 2월의 최고가가 넘어선 종전 기록은 1977년 3월에 나왔는데, 반세기 가까이 깨지지 않았던 1977년 3월 기록과 지금 사이의 앞머리에는 지금은 없는 제도가 있었다.
국제커피기구는 1962년부터 수출 쿼터로 생두를 다뤘는데, 기구 자신의 설명대로 "소비에 필요한 양을 넘는" 물량을 산지에 묶어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방식이었다. 생산국과 소비국의 대표가 한자리에 앉아 나라별로 얼마씩 내보낼지를 정했으니, 커피 한 포대의 값에 사람의 결정이 들어가 있던 시절이다.
그 결정은 값이 오르내리는 폭을 좁히는 데 쓰였고, 1976년 협정은 값이 높으면 쿼터를 풀고 낮아지면 다시 끼우는 장치를 새로 마련했다. 1973년 한 번 무너졌던 쿼터가 그 장치를 달고 1980년에 돌아왔으니, 제도는 고쳐 쓰면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 고장은 고쳐지지 않았다. 1989년 회원국들이 쿼터를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지 못하면서 제도가 멈췄고, 기구가 자기 50년을 정리한 문서는 그해 값이 무너졌다고 썼다. 그 뒤로 포대값을 정하는 것은 브라질의 가뭄과 베트남 작황이어서 소비국 정부에는 그 시세에 손댈 수단이 없고, 대신 기구는 해마다 남고 모자란 양을 세어 발표한다.
지금 발표되는 숫자는 남는 쪽을 보여준다. 국제커피기구는 2025/26 커피 연도에 세계 커피 시장이 300만 포대 흑자를 낼 것으로 봤는데, 4년 내리 부족하던 시장이 돌아선 것으로 세계 생산은 4.4% 늘고 소비는 0.8% 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세계 생두 수출도 1,076만 포대로 1년 전보다 6.3% 많았다.
한국은 그 산지의 날씨에 매여 있다. 무역통계로 지난해 수입액을 보면 브라질이 20.5%로 가장 크고 콜롬비아와 베트남이 뒤를 이으니, 한국이 커피 원료에 쓴 돈 다섯 중 하나가 브라질로 갔다.
한국이 실제로 치른 원료값, 곧 수입한 생두에 kg당 얼마를 냈는지는 국제 시세만큼 출렁이지 않았다. 관세청 집계로 커피 원료 수입단가는 2018년 kg당 4.30달러에서 2022년 6.76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6.69달러였으니, 국제 시세가 사상 최고를 향해 뛰던 해에 한국이 낸 kg당 값은 2년 전보다 낮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깎인 값은 어디에 가 있는가.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를 재는 커피(외식) 지수는 지난해 8월 111.43에서 올해 8월 111.58이 되어 13개월 동안 움직인 폭이 0.1%였으니, 매장 주인들은 값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것이다.
봉지와 캔에 든 커피를 재는 지수는 다르게 갔다. 국제 시세가 사상 최고이던 지난해 2월 133.72에서 올해 8월 146.06으로 9.2% 올랐으니, 산지 시세가 꺾여 내려온 19개월에 이 지수는 오히려 오른 것이다.
봉지와 캔이 이루는 시장은 작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실적으로 국내 커피 시장은 2018년 2조 7,547억원에서 2024년 3조 7,359억원이 됐는데, 그 안에서 가장 빨리 큰 품목이 해마다 15.8%씩 늘어난 볶은커피다. 봉지에 담겨 팔리는 원두가 이 시장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 사이 커피를 볶아 파는 쪽의 장부가 좋아졌다. 국가데이터처 광업제조업조사에서 커피 가공업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11.0%에서 2024년 14.8%로 올랐으니, 원료값이 오르던 해에 원료를 사서 볶는 업종의 이익률이 3.8%포인트 뛴 것이다.
가맹 사업 쪽에서도 같은 방향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이 본부에서 원재료를 받으며 내는 돈 가운데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를 차액가맹금이라 부르는데, 커피 업종의 차액가맹금은 가맹점 매출의 6.8%에서 7.3%로 올랐다. 다만 매출 2억원이 넘는 가맹점만 센 수치여서 영세한 곳은 빠져 있다.
물론 영업이익률 14.8%는 커피믹스와 인스턴트커피까지 묶은 커피 가공업의 수치이지 커피전문점의 것이 아니다. 커피 가공업과 커피전문점은 사는 물건도 파는 물건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를 다른 하나의 증거로 삼으면 통계를 잘못 쓰는 것이고, 그 지적은 옳다.
다만 공장의 이익률과 가맹본부의 유통마진은 조사기관도 표본도 다른 통계인데 원료값이 뛴 2024년에 같은 쪽으로 움직였으니, 통계 하나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두 숫자가 짚는 자리도 같다. 산지와 소비자 사이에 서서 원료를 넘겨주는 자리다.
커피 한 봉지의 값에서 생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나머지는 사람과 자리와 포장이니 산지 시세가 내려도 최저임금과 임대료가 오르면 소매값은 못 내리고, 그렇다면 원료값만 보고 소매값을 따지는 것은 게으른 계산이라는 말이 되니 이쪽이 더 센 반박이다.
그러면 두 지수가 같이 올라야 한다. 사람과 자리가 가장 많이 드는 쪽은 매장인데 커피(외식) 지수는 13개월째 움직이지 않았고, 사람과 자리가 가장 적게 드는 쪽은 봉지와 캔인데 그쪽이 올랐다. 인건비와 임대료로는 이 갈림이 설명되지 않으니, 원료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두 지수를 갈랐다.
값을 못 올리는 쪽의 사정은 숫자에 나와 있다. 국가데이터처 전국사업체조사에서 2023년 커피전문점은 10만 6,452개였고 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평균 2.7명이었으니, 음식점·주점업 사업체 7곳 가운데 1곳이 커피를 팔고 그 계산대 뒤에 선 사람이 28만 9,400명이다. 주인이 둘러보면 옆 건물에도 같은 간판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로 커피 가맹점의 평균 매출은 치킨과 한식과 제과제빵보다 적은 2억 5,400만원이고, 2024년에 새로 문을 연 가맹점의 비율인 개점률은 16.5%, 간판을 내린 비율인 폐점률은 9.3%였다. 열 곳 중 한 곳 가까이가 한 해에 간판을 내리는 이런 거리에서 포대 1개 값을 깎아 달라고 본부에 말할 수 있는 주인은 없으니, 본부가 대주는 원두를 받아 쓰는 조건으로 간판을 단 사람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여름 낸 보고서에서 생두를 수입해 볶고 타서 파는 국내 커피산업이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국제 원두값 상승에 따른 공급망 위험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지만, 그 위험이 반대로 돌아섰을 때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그 문장에 들어 있지 않다.
국가데이터처는 매달 두 가지 커피 지수를 내는데, 하나는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이고 하나는 사다가 타 마시는 커피다. 포대값이 더 내려가는 동안 이 둘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가 이 글의 옳고 그름을 정하겠지만, 포대 291만 개를 사 오는 나라에서 생두 시세가 27% 빠졌다는 사실은 아직 어느 지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커피기구는 8월 보고서에서 그달 중순의 반등이 브라질에 내린 비로 되돌려졌다고 밝혔는데, 그 8월에 한국의 커피 지수는 146.06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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