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넥스트레이드에 남은 건 비싼 주식...주식 수로 센 한도가 부른 선별

하루 주식 거래대금은 두 시장의 28.7%인데 공표 점유율은 10.74%...금융위가 달아 준 조건은 "700개 이하"

리지

대체거래소5분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증권사 앱을 켜면 오후 4시가 지나서도 호가가 움직인다. 정규장이 끝난 뒤에도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두 곳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그리고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다. 사자와 팔자 주문이 가격별로 쌓이는 화면인 넥스트레이드의 호가창은 오후 8시에 닫히는데, 그 호가창에 23일 올라온 거래 종목은 601개였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2,700개가 넘는다.

대체거래소는 거래소가 한국거래소 한 곳뿐이던 나라에 주식을 사고팔 곳을 하나 더 두려는 제도다. 2013년 8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자리가 마련됐다. 넥스트레이드는 그 자리에 들어선 첫 회사로, 10여 년이 지난 지난해 3월 4일 문을 열었다.

넥스트레이드의 종목 601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달아 준 조건 아래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체거래소의 거래한도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조건을 하나 붙였다. "유예기간 중 전체 매매체결 종목 수를 700개 이하로 유지." 매매체결은 사자와 팔자 주문이 맞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니, 넥스트레이드의 종목 목록은 그 한 줄에서 99개 아래에 멈춰 서 있는 셈이다.

밤에 어떤 주식을 살 수 있는지는 시행령이 쓰는 계량 단위가 정한다. 시장의 크기를 무엇으로 재는지가 그 시장이 어떤 종목을 다룰지까지 정하는 것이어서, 투자자가 어느 종목에 주문을 내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조의3은 시장의 크기를 재는 기준으로 평균 거래량이라는 말을 쓴다. 대체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증권시장 평균 거래량의 100분의 15 이하여야 하고, 종목별로는 100분의 30 이하로 묶여 있다. 평균 거래량이 무엇인지는 그 조항의 괄호 안에 적혀 있다. "매매가 체결된 매매체결대상상품의 총수량을 매매가 이루어진 일수로 나눈 것." 체결된 주식을 모두 더한 수량이다. 세는 것은 주식 수다.

이 시행령은 그보다 낮은 자리에도 선을 하나 더 그었다. 과거 6개월 평균 거래량이 증권시장의 100분의 5를 넘으면 금융위원회는 사업계획과 인력·전산 설비를 보완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한 주라는 단위가 뜻하는 금액은 하루 안에서도 1,000배 넘게 벌어진다. 23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한 주 67원인 코스피200 선물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그날 36억 8,885만 주가 오가며 2,510억원이 거래됐다. 넥스트레이드가 그날 체결한 주식은 1억 494만 주였고 금액으로는 12조 3,900억원이다.

넥스트레이드의 601개 종목에서 손바뀜한 주식은 한 주에 평균 11만 8,060원이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서 손바뀜한 주식의 한 주 평균 가격은 3만 4,800원이다. 세 배가 넘는다.

값이 비싼 주식은 그 한도를 덜 쓴다. 1조원을 11만원짜리 주식으로 채우면 900만 주로 끝나지만 3만원짜리로 채우려면 3,300만 주가 필요하다. 같은 금액이라도 싼 주식이 한도를 네 배 가까이 더 쓴다.

그래서 넥스트레이드의 하루는 서로 다른 두 숫자로 집계된다. 23일 두 시장에서 오간 주식 거래대금 43조 1,000억원 가운데 넥스트레이드가 받은 것은 12조 3,900억원으로 28.7%다. 그날 넥스트레이드가 홈페이지에 올린 시장점유율은 10.74%였다.

거래소가 한 곳뿐인 나라를 바꾸겠다는 법은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2013년 8월 대체거래소의 거래한도 조항이 신설되고 2016년에 개정됐지만, 그 조항을 쓸 시장이 문을 연 것은 10여 년 뒤인 지난해 3월 4일이다.

개장 첫날 손바뀜한 종목은 10개였고 첫날 점유율은 0.04%에 그쳤다. 두 주 뒤 110개가 됐고 지난해 3월 말에는 794개까지 늘었다. 종목 목록은 빠르게 길어졌다.

지난해 6월 초 넥스트레이드는 792개 종목에서 하루 8조 8,800억원을 거래했고, 점유율은 15.21%로 시행령이 6개월 평균에 그어 둔 선과 같은 자리까지 올랐다. 한 주 평균 가격은 3만 5,355원, 그날 한국거래소 평균의 2.4배였다.

그 선에 닿은 뒤로 종목 목록이 짧아졌다. 지난해 9월 초 714개, 12월 초 625개를 거쳐 23일 601개가 됐고, 그사이 하루 거래대금은 8조원대에서 12조원대로 늘었다. 시장은 커지는데 취급 종목은 줄었다.

줄어든 자리에 남은 것은 값이 비싼 주식이다. 한 주 평균 가격은 3만 5,355원에서 11만 8,060원이 됐고 한국거래소 평균과의 차이는 2.4배에서 3.4배로 벌어졌다. 한도를 주식 수로 세는 동안 이 방향은 뒤집히지 않는다.

종목 목록이 짧아지는 사이 주문을 낸 사람도 바뀌었다. 개장 첫 달 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한 비중은 98.5%였는데, 올해 7월에는 82.0%로 내려갔고 외국인 비중은 0.4%에서 14.0%로 올랐다. 지난달 28일에는 골드만삭스와 CLSA의 회원 가입이 승인됐다. 증권사의 최선주문집행시스템은 두 시장의 값을 견주어 유리한 쪽으로 주문을 보낸다.

물론 종목을 줄인 데는 다른 설명이 있다. 밤에는 주문이 얇아 값이 쉽게 튄다. 한국거래소가 14일 애프터마켓을 열며 2,700개 종목을 한꺼번에 내놓자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변동성완화장치가 1,112회 발동했다. 13초에 한 번이고 그날 정규장의 2.8배였다.

그 걱정은 종목을 몇 개까지 열지를 말해 주지만 어떤 종목을 남길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유동성만 따지면 값이 싼 주식이 빠질 이유가 없다. 한 주 2,800원인 코스닥 제약회사 동국생명과학은 23일 한국거래소에서 1,324만 주가 거래됐지만 넥스트레이드에서는 한 주도 체결되지 않았다. 순서를 정하는 것은 한도의 단위다. 값이 싼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밤에 값을 견줄 호가창이 한 곳뿐이다.

종목별 한도 30%는 지금 작동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그 선을 넘더라도 한국거래소의 100% 미만이면 조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23일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된 삼성전자는 1,118만 주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2,086만 주의 54%였다.

남아 있는 것은 시장 전체 한도 하나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량 예측·관리 방안을 지난해 10월까지 보고하고 매월 10일 관리 현황을 보고하는 조건을 받았다. 두 번째 시장의 크기는 달마다 점검을 받는다. 올해 6월 초에는 하루 점유율이 19.12%까지 올랐지만, 규제가 재는 것은 6개월 평균이라 하루 점유율이 선을 넘어도 한도를 넘은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에는 그런 조건이 없다. 취급 종목을 스스로 늘리는 쪽과 늘릴 여력을 보고서로 관리하는 쪽이 같은 시간대에 호가를 받는다. 애프터마켓 첫날 거래대금은 1조 8,177억원이었고 그 가운데 개인이 93%를 차지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은 11일 2조 200억원에서 15일 1조 2,000억원으로 줄었고 23일에는 1조 9,700억원으로 돌아왔다.

다음 분기에 볼 숫자는 두 개다. 601개가 700개 쪽으로 다시 올라가는지, 그리고 한 주 평균 가격이 한국거래소 평균의 몇 배에서 멈추는지다. 금융위원회가 준비하는 개선방안이 한도를 계속 주식 수로 셀지도 그 안에서 확인되는데, 한도를 거래대금으로 고쳐 적으면 그 시장은 다른 크기로 집계된다.

오후 4시의 호가창에는 601개 종목이 뜬다. 그 목록은 밤에 무엇을 사고팔 수 있는지 보여 주면서 규제가 무엇을 세는지도 보여 준다. 화면에 뜨지 않는 종목은 2,0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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