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1조달러 굴리며 일부러 실패를 산다...평생 돈을 못 빼는 "절세 계좌"

1조달러로 불어난 다이렉트 인덱싱...세금 이연의 덫에 갇힌 투자자들

리지

다이렉트 인덱싱5분

Illustration by Gemini

매년 연말 뉴욕과 서울의 주식 계좌 화면은 특이한 거래의 장으로 변해 수익을 낸 우량주 대신 평가손실을 기록한 종목들이 매도 창구에 먼저 오른다. 수익을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과세를 줄이고자 의도적으로 손실을 확정하는 ‘손실 확정 과세 이연(tax loss harvesting)’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펀드로 묶인 지수 상품 대신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주식을 투자자 명의 계좌에 직접 편입해 운용하는 자산 관리 방식이다. 과거 금융회사들이 초고액 자산가의 맞춤형 세무 관리를 위해 고안한 기법으로, 하락한 종목을 실시간으로 매도해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손실은 본래 회피해야 할 실패의 기록이었으나, 정교한 조세 제도와 결합한 금융공학은 이 손실 기록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했다. 미국 연방 세법에서 주식 투자로 확정된 손실은 주식 매도 차익인 자본이득과 1대 1로 상계된다.

잔여 손실은 연간 3,000달러까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같은 일반 소득에서도 차감되고, 당해 연도에 공제하지 못한 손실은 다음 해로 무기한 이월된다. 미국의 연방 자본이득세율 최고 20%에 순투자소득세 3.8%를 더하면 세율은 23.8%에 이른다. 1만달러의 손실 확정은 최대 2,380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유가증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 손실 확정 전략을 대중적 투자 방식으로 정착시킨 동력은 다이렉트 인덱싱이다. 반세기 전 패시브 투자의 역사는 정반대 방향에서 시작됐다. 1975년 존 보글이 뱅가드를 설립하며 내놓은 최초의 인덱스 펀드는 500개 종목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포괄하는 지수 추종 방식의 전환이었다.

개별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지 않고 시장 전체를 최저 수수료로 장기 보유하라는 원칙이 보글의 철학이었다. 1993년 등장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펀드인 상장지수펀드(ETF)는 이 지수 포트폴리오에 거래소 실시간 매매 기능과 펀드 내 매매 차익 비과세 혜택을 결합했다. 그러나 ETF 구조는 세무 관리 관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S&P 500 지수가 한 해 동안 20% 상승하는 강세장에서도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기업 가운데 150개 안팎은 주가가 하락한다. 그러나 ETF 투자자는 지수 전체의 순자산가치만 수용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개별 종목의 평가손실을 분리해 과세 표준에서 차감할 권리는 차단돼 있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50년 동안 단일 포트폴리오로 결합됐던 ETF 구조를 개별 종목 단위로 해체하는 방식이다. 증권 거래 수수료가 0원으로 인하되고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분할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적 장벽이 해소됐다. 투자자는 ETF 1주를 매수하는 대신 지수를 구성하는 주식 수백 개를 자기 명의 계좌에 직접 편입한다.

계좌를 운용하는 알고리즘은 매일 시장을 점검하며 손실이 발생한 종목을 실시간으로 매도한다. 예컨대 엑손모빌 주가가 하락하면 엑손모빌을 즉시 매도해 손실을 확정하고 곧바로 유사 업종인 셰브런을 매수한다. 미국 국세청이 동일 종목을 30일 이내에 재매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손실 공제 제한 제도인 워시세일 규제를 피해 지수 추종도를 유지하는 운용 방식이다.

시장의 팽창 속도는 가팔랐다. 미국 자산관리 연구기관 세룰리 어소시에이츠 집계에 따르면 미국 다이렉트 인덱싱 자산 규모는 2024년 말 8,643억달러를 기록한 뒤 2026년 들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전통적 ETF나 뮤추얼펀드 성장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모건스탠리는 다이렉트 인덱싱 전문 운용사인 파라메트릭을 확보하기 위해 모회사 이튼밴스를 70억달러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아페리오를 10억달러에 인수했고 뱅가드 역시 저스트인베스트를 인수했다. 상위 5개 금융회사가 미국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의 87%를 점유하고 있다.

월가는 이 기술을 ‘세금 알파’라는 명칭으로 제시했다. 초과 수익을 종목 발굴 대신 과세 감면을 통해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매년 세후 수익률이 1%포인트에서 2%포인트가량 제고된다는 모의 운용 결과를 제시하며 고액 자산가와 중산층 투자자를 유치했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지지하는 논거 역시 존재한다. 과거 최소 수백만 달러를 위탁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영역이었던 맞춤형 세무 관리가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 투자자에게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가 합법적 제도 내에서 세후 복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행위는 시장경제에서 합리적인 자산 관리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세금 알파라는 설명의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손실 확정은 과세 자체를 면제하지 않고 납세를 미래로 유예하는 과세 이연에 불과하다. 하락 종목을 매도하고 하락한 시장 가격으로 대체 종목을 매수할수록 계좌 내 주식들의 취득원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포트폴리오의 장부상 취득 가격은 하락하고 미실현 평가이익은 누적된다.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시점에 과거 유예했던 세금은 자본이득세 청구서로 일시에 발생한다. 세액 공제를 누적한 대가로 자금 회수 시점의 과세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다.

이 대규모 과세 부담을 회피하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자산을 인출하지 않고 유지하다가 상속 시점에 시장 가치로 취득원가를 재산정받는 취득가액 재평가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결국 투자자는 생전에 자산을 계좌에서 인출하지 못하는 장기 자산 동결 상태에 직면한다.

월가가 ETF 구조를 대체하며 다이렉트 인덱싱을 확대한 배경은 여기에 있다. 뱅가드와 블랙록의 가격 경쟁으로 S&P 500 ETF의 운용 수수료는 연 0.03% 수준까지 하락해 금융회사는 ETF 수수료 구조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다이렉트 인덱싱 계좌는 세무 관리 명목으로 연 0.2%에서 0.4%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과한다.

과세 부담으로 계좌를 해지하지 못하는 고객은 장기적인 수수료 수익의 원천으로 고착된다. 연 0.03%의 저비용 패시브 펀드로 자본 효율을 제고했던 보글의 원칙은 10배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며 자산을 장기 계좌에 결박하는 금융공학적 상품 구조로 변질됐다.

이러한 투자 행태는 국내 시장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은 5일 기준 2,002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4년 11월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규정이 한국 가계의 자산 관리 기준으로 정착했다.

매년 12월 마지막 거래일이 다가오면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거래가 급증한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22%와 250만원 기본공제를 고려해 차익 실현 종목의 세금을 줄이고자 손실이 발생한 테슬라나 기술주를 집중 매도한다. 한국 세법에는 동일 종목 재매수를 제한하는 30일 규정이 없다. 낮에 손실을 확정 매도하고 야간에 동일 종목을 즉시 재매수하는 거래가 연말 외환시장과 야간 증시에서 반복된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은 시장 안착에 실패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플랫폼을 출시했으나 투자 수요는 미미했다. 국내 상장 주식 매매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제도적 환경에서는 손실을 확정할 경제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조세 제도가 금융상품의 성패를 결정하고 자본이 미국 계좌로 유출되는 제도적 경로를 형성했다.

이 손실 확정 구조의 지속 가능성은 향후 두 가지 지표에서 확인될 것이다. 첫째는 만성적 재정적자에 직면한 미국 의회와 국세청이 다이렉트 인덱싱의 대체 매매를 워시세일 규제 대상에 편입할지 여부다. 둘째는 1조달러를 돌파한 다이렉트 인덱싱 계좌에서 실제 인출되는 자금 비율과 계좌 해지율이다. 인출률이 낮을수록 투자자가 세무 구조에 종속됐음을 입증한다.

수익 창출로 미래를 대비하려던 투자자들은 계좌에 손실 종목을 편입하며 단기 절세 효과를 취한다. 계좌 시스템은 알고리즘을 통해 손실을 세액 공제 항목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체계의 종착점에는 자본 회수 통로가 차단된 채 사후 상속 시점까지 자산이 묶여 있는 투자자들의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된 상위 운용사들의 다이렉트 인덱싱 계좌 해지율은 현재도 연 1%를 밑돌고 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