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영국 주택 구입 지원...상원과 정부의 엇갈린 평가

상원은 공급 제약 큰 런던의 집값 상승 지적...정부는 전반적인 집값 상승 효과에 반박하며 공급 증가 주장

리지

생활비 위기4분

Illustration by Gemini

영국 정부가 지원 대상인 신축 주택의 구입 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헬프투바이(Help to Buy) 지분 대출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런던의 집값을 높였지만, 건설 물량 증가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이 분석은 영국 상원 환경건설위원회가 2022년 1월 발표한 주택 수요 보고서에 실렸다. 주거비와 필수 생계비 부담이 가계 소득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는 생활비 위기의 관점에서 이런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집을 살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해당 지역에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상원 위원회는 보고서 제49항에서 공급 여건에 따라 지역을 구분했다. 공급을 늘리기 쉬운 잉글랜드·웨일스 접경 지역에서는 수요 지원이 건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급 제약이 큰 런던 광역권(Greater London)에서는 집값이 상승했지만 건설 물량 증가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분석을 소개했다. 런던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영국 전체에서 공급이 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상원 위원회는 지원이 절실한 지역에서 주택 구입 지원에 따른 가격 상승폭이 보조금 액수보다 크다는 근거를 들어 공급 확대에 재원을 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는 공식 답변에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독립 평가를 근거로 공급 증가 효과를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답변에서 2015~2017년 헬프투바이를 이용해 판매된 주택의 37%가 제도 없이는 건설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물량이 전체 신축 공급의 14.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근거로 든 영국 주택부의 독립 평가는 잉글랜드를 대상으로 했으며 산출 기간은 2015년 3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다. 이 독립 평가에서 37%는 구매자 조사로 추정한 추가 수요의 비중이다. 이 비율은 제도가 없었다면 구매 당시 신축 주택을 살 수 없었을 구매자의 비중으로, 더 작은 주택을 살 수 있었다고 응답한 구매자는 산정 대상에서 빠졌다. 평가팀은 추가 판매에 비례해 건설 물량도 늘어난다고 가정해 이 비율에 2015년 3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민간이 새로 지은 주택의 거래 중 제도를 이용한 거래 비중인 39.3%를 곱해 공급 증가 효과를 산출했다. 계산 결과는 14.5%로, 민간이 새로 지은 주택의 전체 거래 건수를 분모로 삼았다. 이 추정과 상원 보고서에 소개된 런던의 가격·건설 효과 분석은 범위와 측정 방식이 달라 두 결과를 동일 지역의 동일 효과를 측정한 수치처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공급 여건에 따른 차이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과 제도 전체가 실패했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한국에서 임차자금 대출을 보증하는 제도인 전세자금보증을 영국의 논쟁과 비교하려면 지원 대상과 운영 방식의 차이부터 밝혀야 한다. 헬프투바이는 정부가 신축 주택 구입 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제도였고, 전세자금보증은 보증기관이 임차자금을 빌리는 이용자의 금융기관에 대한 상환 위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전세대출 이용자는 보증을 받더라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두 제도의 차이 때문에 영국의 신축 주택 구입 지원에서 확인한 가격·공급 효과를 한국의 임차자금 대출보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2026년 10월 10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안내 기준으로,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때 공사가 상환을 보증하는 기본 상품인 일반전세자금보증의 보증비율은 대출금액의 90%,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80%다. 공사가 대출금의 일부만 보증하므로 은행은 보증받지 못한 부분의 위험을 부담하며 보증요건을 충족해도 은행 심사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취약계층 등을 위해 보증 요건을 완화한 특례전세자금보증 중 일부는 보증비율이 100%지만, 이를 일반전세대출 전체의 조건으로 볼 수는 없다. 보증비율은 대출의 상환 위험 가운데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범위이므로 이용자의 주거비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주거를 지키려면 임차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특례전세자금보증의 지원 대상에 정책서민금융 이용자와 신용회복지원자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지원 대상자도 대상별 요건을 충족하고 은행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이용 여부나 혜택의 집중 정도까지 알 수는 없다. 실제 수혜 분포를 판단하려면 이용자 구성과 지원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임차자금 지원과 신축 주택 구입 지원은 대상과 목적에 맞춰 각각 평가해야 한다.

전세자금보증 이용 가구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려면 소득 대비 전세대출 이자·상환 부담을 살피되, 신규 대출과 기존 대출의 대환을 구분해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 안내에서 공사가 보증하는 대출 용도인 보증대상자금에는 임차보증금 마련뿐 아니라 이미 받은 전세대출을 갚기 위한 대출도 포함된다. 기존 전세대출을 새 대출로 갚는 대환 가구는 기존 대출과 새 대출의 이자·상환액을 비교해 대출 부담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신규 대출 가구는 보증 이용 직전 전세대출 부담이 없을 수도 있어 보증 이용 후 발생한 이자·상환액과의 차이만으로 주거 부담이 개선됐는지 판단할 수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상품 안내에서는 가구별 소득과 실제 이자·상환액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 안내 자료만으로 부담 변화를 파악할 수는 없다. 대출 부담의 변화를 평가하려면 신규 대출과 대환 여부를 구분하고, 보증 이용 가구별로 보증 이용 직전 분기와 이용 후 첫 분기의 소득과 이자·상환액을 기록한 자료가 필요하다. 주거 부담의 개선까지 평가하려면 두 분기에 각 가구가 실제로 부담한 주거비 자료도 필요하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신규 대출 가구와 대환 가구를 나눠 소득 계층과 지역이 동일한 가구들의 부담 변화를 살피면서 금리 변화와 신규 주택 입주 등 다른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평가를 제안할 수 있다. 보증비율이나 한 분기의 대출 부담 변화만으로 가계의 주거 부담이 개선됐거나 정책 효과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급 제약이 큰 지역에서는 구매 자금 지원과 함께 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자는 정책 제안이 가능하다. 다만 지원 자체의 효과는 지역과 대상에 따라 따져야 한다. 영국 상원 보고서 제49항도 헬프투바이의 건설 효과를 공급 확대가 쉬운 접경 지역과 공급 제약이 큰 런던에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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