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미국이 산 구금용 창고, 다시 매각 추진
450억달러 추가 예산으로 시설 소유 확대...구금 인원이 줄어도 줄지 않는 계약 비용
미국에서 이민자 단속과 구금을 맡는 이민단속국(ICE)이 추방 심사와 출국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이민자를 수용할 구금시설로 개조하려고 매입한 창고 11곳 중 7곳을 다시 팔기로 했다. 이처럼 이민자를 수용하는 구금은 형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는 것과 구별되는 행정적 구금에 해당한다.
이민단속국은 올해 1~4월 창고 11곳 전체를 매입하는 데 약 10억7000만달러를 썼다. 이민단속국이 6월 연방정부의 예산 집행을 감사하는 미국 회계감사원(GAO)에 밝힌 매각 추진 계획은 회계감사원의 9월 24일 보고서에 담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장관은 6월 사전 실사와 계획이 부족해 창고를 구금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량 추방을 준비하며 확보한 부동산이 몇 달 만에 처분 대상이 됐다.
직접 매입을 뒷받침할 재원은 크게 늘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 들어 지난해 7월 성립한 법률은 구금 수용능력 확대에 450억달러를 추가 배정했다. 2029년 9월 말까지 쓸 수 있는 다년 예산이다.
기존 재원은 주로 연간 예산으로 배정됐고, 단속국은 계약과 협약을 통해 수용 공간을 확보해 왔다. 다년 예산이 추가되면서 창고를 사고 기존 구금시설을 인수하는 사업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건물을 소유하는 것과 구금시설을 열고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에서 이민자를 대규모로 구금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1981년 레이건 정부가 아이티 망명 신청자를 구금하는 정책을 추진했을 때도 의회에서는 장기 구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회 기록과 정부 자료를 분석한 2021년의 역사 연구의 연구진은 의원들이 망명 신청자의 권리 침해를 우려하다가 1990년대 초에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나 망명제도 남용과 연결해 구금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인식 변화 속에서 특정 이민 사태에 대응하던 행정부의 조치가 의회의 상시적인 구금 요구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1996년 의회가 제정한 반테러법과 입국과 추방 절차를 개편한 불법이민개혁법은 범죄 관련 의무 구금의 범위를 넓히고 망명 신청자를 포함한 입국자의 구금 규정도 강화했다. 이민 당국은 법에 따라 구금 대상자를 수용할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의회조사국의 법제사 설명에 따르면 당시 법률에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할 경우 새 의무 구금 규칙의 적용을 늦추는 과도기 조항까지 있었다. 법률로 구금을 명령해도 이를 집행할 시설과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제약은 당시에도 있었다.
이민단속국은 민간 구금업체와 계약하거나 지방정부와 협약을 맺어 수용 공간을 확보해 왔다. 이민단속국은 일부 계약에 실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침상 수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최소 지급 보장 조항을 뒀다. 업체는 계약 수입을 보장받고 정부는 필요할 때 사용할 공간을 예약하는 방식이다. 회계감사원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이민단속국은 급히 수용 공간을 확보해야 했지만 선택지가 부족해 업체가 제시한 단가와 보장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런 계약 방식에 직접 매입을 병행하면 장기 운영에 유리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이민단속국 담당자들은 이미 운영 중인 시설을 매입하면 중요한 지역에서 구금을 계속할 수 있고 지방정부가 운영을 제한할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회계감사원에 설명했다. 실제로 이민단속국은 올해 7월 기존 구금시설 2곳을 매입했다. 시설을 직접 확보해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매입을 선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민단속국이 시설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했다고 원하는 시점에 구금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각 추진 대상에서 제외된 창고 중 메릴랜드주 헤이거스타운과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건물은 9월 기준 개조가 대부분 중단돼 있었다. 이들 창고의 개조 사업은 환경 검토 등을 둘러싼 주 법무장관들의 소송과 법원 결정 또는 합의로 중단됐다. 건물을 매입한 연방정부도 구금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적 제약을 해결해야 했다.
다음 분기에는 이들 창고의 개조가 재개돼 구금시설이 실제로 운영되는지 여부가 매입 효과를 판단할 지표가 된다.
장소를 확보해 시설을 열어도 식사 등 운영 서비스의 비용 지급 조건은 업체와 맺은 계약에 달려 있다. 창고와 기존 구금시설 매입과 별개로 추진한 군기지 활용 사업에서도 이 문제가 드러났다. 텍사스주 엘패소의 포트블리스 군기지에 세운 구금시설 캠프 이스트 몬태나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올해 2월 말 이 시설에 구금된 사람은 약 1600명이었지만 이민단속국은 5000명 기준의 식사 비용 전액을 지급했다. 식비 산정 기준 인원은 실제 구금 인원의 약 3.1배였다. 운영업체는 실제 인원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지만 식사비는 육군이 처음 맺은 계약 조건에 따라 지급됐다. 이민단속국은 지난해 10월 계약 관리를 넘겨받은 뒤에도 그 조건을 따라야 했다.
회계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3월 12일까지 지급한 식사비를 조사해 불필요한 지급액을 약 710만달러로 산정했다. 정부가 비어 있는 수용 공간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는 군기지에 시설을 세운 뒤에도 반복됐다.
구금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때 대응할 여유 공간은 필요하다. 최소 지급 보장은 운영업체가 그런 공간을 유지하도록 하는 계약 수단이다. 다만 여유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과 실제 인원에 맞춰 줄일 수 있는 식사비는 구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구금 인원이 줄어도 식사비가 줄지 않는 조건은 정부가 시설을 소유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업체를 교체한 뒤에도 식사비 지급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이민단속국은 올해 3월 새 운영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회계감사원의 9월 보고서에 따르면 8월까지 인원 변동에 따른 비용 절감 조치를 계약에 반영하지 못했다. 다음 분기에는 식사비 지급 기준 인원과 실제 구금 인원의 차이, 인원 변동에 따른 지급액 조정 여부를 기준으로 이 계약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회계감사원은 이민단속국이 기존 구금시설을 직접 매입한 사업에서도 장기 소유에 따른 부담 가능성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건물을 확보한 뒤에도 운영비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했다.
정부가 구금시설로 바꾸려고 소유권을 확보했던 창고 7곳은 몇 달 만에 매각 추진 대상이 됐다. 사용 계획이 달라져도 이미 발생한 비용은 남았다. 이 7곳의 취득 과정에서 회수할 수 없게 된 부대비용은 770만달러였고, 공공요금과 경비 등의 서비스 비용은 8월 기준 약 1280만달러로 추정됐다. 매각을 추진하는 창고들에 매입 원금과 별개로 든 비용의 합계는 약 2050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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