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미래 경로에 대한 예상이 효과를 바꾼다

홀과 우드포드의 노벨 경제학상...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가격 결정에서 출발한 통화정책 모형

리지

통화정책6분

Illustration by Gemini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마이클 우드포드는 12일 수상 발표 뒤 전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경제를 레버를 당겨 조종하는 기계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이 미래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실제 정책 효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도 로버트 홀과 우드포드가 거시경제 안정화의 미시적 기초를 마련한 공로를 수상 이유로 꼽았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통화정책의 효과는 왜 사람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방식에 달려 있을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민간의 총수요가 부족하면 실업과 저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서 정부가 수요를 보완해 경기 변동을 줄이는 안정화 정책이 출발했다.

이후 전통 케인스주의 정책 모형은 전후에 소비와 소득, 물가와 실업 등 거시 지표 간 통계적 관계를 이용해 부양과 긴축의 효과를 추산했다. 1958년 발표된 필립스의 논문에서 출발한 물가와 실업의 관계를 안정적인 정책 선택의 근거로 삼으려는 논의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당시 정책 논의에 참여한 이들은 더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감수하면 실업률을 낮출 수 있고 이 교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후의 정책 모형이 기대했던 안정성은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거치며 흔들렸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실업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과도한 경기 부양은 물가 상승을 더했다. 과거 자료에서 관찰한 실업과 물가의 관계만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로버트 루카스는 정책이 바뀌면 가계와 기업의 행동도 달라지므로 거시 지표 간 과거의 관계를 고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계는 앞으로의 소득을 예상해 소비하고, 기업은 비용과 수요를 예상해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한다. 미시적 기초에 따른 접근은 이 개별 결정들을 토대로 경제 전체를 설명한다.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홀은 1978년 논문에서 기존 생애주기 가설과 항상소득 가설을 검증할 방법을 제시했다. 미래 소득을 고려해 소비와 저축을 최적으로 선택하는 가계는 이미 아는 정보를 현재 소비 결정에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론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미 알려진 소득 정보로 이후 소비가 얼마나 달라질지 추가로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홀은 합리적 기대와 이자율 등에 관한 가정 아래 추가 소비에서 얻는 만족을 분석해 이 예측을 도출한 뒤 소비액에는 근사적으로 적용했다.

홀의 분석에서는 실질 가처분소득 자료로 소비 변화를 추가로 예측할 수 없었지만 주가지수에는 예측력이 있었다. 소득 자료의 분석 결과는 이론의 예측에 들어맞았지만 주가지수의 분석 결과까지 이 예측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홀의 연구는 보편적 소비 법칙을 확정하기보다 가설의 조건과 현실의 차이를 검증할 기준을 마련했다.

홀과 프레드릭 미시킨은 1982년 약 2000가구의 7년간 식품 소비와 소득 자료를 분석했다. 두 사람은 표본의 소비 중 약 80%를 미래 소득을 고려하는 가설로, 약 20%를 차입을 할 수 없거나 꺼려 현재 소득에 더 크게 제약받는 행동으로 설명하는 모형이 자료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 소비 비율은 당시 표본을 분석해 추정한 수치다.

이 분석에서 가계는 일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를 늘렸지만 지속적으로 소득이 증가했을 때보다는 소비를 적게 늘렸다. 이는 소득 증가 폭뿐 아니라 소득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지, 가계가 차입할 수 있는지에 따라 소비 반응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마이클 우드포드는 2003년 저서에서 미시적 기초를 총수요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통화정책이 맞물리는 3방정식 뉴케인스언 모형으로 통합했다. 우드포드는 기업들이 비용이나 수요가 변할 때마다 가격을 즉각 바꾸지 못한다는 가격 경직성에 주목했다.

가격표를 교체하고 거래처와 협상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은 앞으로 자사의 비용과 경쟁사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 가격을 결정한다. 가격을 자주 바꾸기 어려운 기업은 앞으로 자사의 비용과 경쟁사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할 때보다 현재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 결국 현재 물가도 개별 기업의 미래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라 달라진다.

우드포드는 크누트 빅셀의 자연이자율, 즉 수요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실질금리 개념을 이어받아 금리 조정이 수요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했다. 이 모형에서는 금리가 낮아져 저축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 수익이 줄면 가계는 소비를 미래로 미루기보다 현재 소비를 늘리는 쪽을 선택한다. 가계는 지금 저축해 앞으로 소비할지를 결정할 때 이후에 받을 수익도 고려하므로 앞으로의 정책금리와 물가 경로에 대한 예상도 현재 소비와 저축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이자율은 이런 수요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실질금리의 기준이다. 중앙은행의 명목 정책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가 이 기준보다 낮으면 수요를 자극하고, 높으면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만 자연이자율은 직접 관측하는 값이 아니어서 모형과 기대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에 따라 추정이 달라진다.

공급 충격에 대응할 때도 수요 수준을 판단할 기준이 중요하다. 우드포드 모형에서는 가격이 자유롭게 조정될 때 성립하는 균형 생산량을 자연생산량이라고 한다. 유가 상승 같은 공급 충격으로 이 균형 생산량이 감소하면 실제 생산량이 줄어도 자연생산량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생산량과 자연생산량의 차이인 산출갭이 양수가 된다.

이처럼 수요가 낮아진 균형 생산량에 비해 높은 상태라면, 그 수요 압력이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이에 모형은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대응을 제시한다. 실제 생산의 감소만으로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이런 분석 틀이 있어도 정책 판단의 오류는 남는다. 미국 연준은 2021년 물가 상승 초기에 공급 제약이 비교적 빨리 풀리면서 인플레이션도 일시적으로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4년 8월 연설에서 이 경위를 설명하며, 공급 회복과 수요 정상화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고 인정했다. 기대를 분석에 넣는 일과 충격의 지속 기간을 정확히 판단하는 일 사이에는 간격이 있었다.

연준은 2021년 11월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해 2022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파월은 2024년 8월까지 미국에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고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결과를 공급 회복,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의 공동 효과로 평가했다. 파월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정책 조치로 민간의 기대가 더욱 안정됐다. 이 사례를 통해 금리 조정과 민간의 예상이 함께 작용하는 경로를 설명하는 분석 틀의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파월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이 중앙은행이 시간이 지나면 물가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민간의 믿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 믿음을 살피는 보조 자료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FRED가 제공하는 5년 뒤 5년물 물가 지표가 있다. 이 지표로는 장기 물가에 관한 시장의 판단을 살필 수 있지만 미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예상이나 정책 효과 자체를 직접 검증할 수는 없다.

이 지표의 10월 13일 수치는 연 2.33%다. 물가 상승에 따라 원금이 조정되는 물가연동국채와 그런 조정이 없는 명목국채의 수익률 차이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물가 상승 보상을 산출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두 종류 국채에서 각각 5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차이를 이용해 5년 뒤부터 5년 동안의 연평균 보상을 산출한 수치다.

명목국채 투자자는 예상한 물가 상승뿐 아니라 물가가 예상과 달라질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데 대해서도 보상을 요구한다. 두 종류 국채가 시장에서 얼마나 쉽게 거래되는지, 상대적인 수급이 어떤지도 수익률 격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지표의 변화를 물가 예상의 변화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채권시장에서 관찰되는 장기 물가 판단을 보완하려면 설문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전망도 함께 참고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전문가 예측 설문인 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의 장기 CPI 전망 중앙값을 공개한다. 이 설문에는 업무로 거시경제 전망을 작성하는 전문가들이 응답한다.

이 설문 전망은 조사 연도와 그 뒤 9년을 합친 10년간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인 CPI 상승률을 대상으로 한다. FRED 지표의 대상 기간은 첫 5년을 제외한 뒤의 5년이므로 두 자료의 전망 기간은 다르다. 두 자료 모두 CPI 기준이지만 연준의 2% 목표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인 PCE 기준이다. 따라서 두 자료의 수치가 2%에 가까운지만으로 민간의 정책 신뢰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음 분기에는 FRED 지표가 10월 13일의 연 2.33%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피고, 전문가 설문의 장기 CPI 전망 중앙값도 전 분기 발표와 대조할 수 있다. 두 수치의 수준을 직접 비교하기보다 각 자료의 수치가 이전 관측이나 발표 때보다 얼마나 변했는지 살피는 방식이다. 이때도 두 자료의 전망 기간 차이와, 해가 바뀌면 설문의 대상 기간이 1년씩 옮겨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자료의 수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시장 지표만 크게 변한다면 전망 기간의 차이와 함께 시장 지표에 반영되는 요인을 살펴야 한다. 설문 전망이 안정적인데 시장 지표만 크게 변했을 때는 앞서 설명한 물가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과 국채의 거래 조건, 상대적 수급이 그 변화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두 자료의 수치가 각자의 기준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된다면 전문가와 채권시장 투자자의 장기 물가 예상이 안정적이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자료로 가계와 기업 전체의 기대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파월이 물가 둔화의 한 요인으로 든 장기 기대 안정을 이 두 집단의 범위에서 살피는 보조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우드포드의 레버 비유는 금리 조정의 효과를 이해하려면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가계와 기업의 예상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수상 직후 그는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자신의 연구가 적용된 사례로 들었다. 우드포드는 이 지침이 2009년 이후 수년 동안 통화정책 대응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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