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좌우 소리 어긋난 첫 CD 플레이어...소니와 필립스, 12센티미터로 시장 바꿔
16만엔대 소니 CDP-101...원가 1달러 원판이 연 음반 호황, 650MB CD-ROM으로 확장

1982년 10월 1일 일본 가전 매장에 검은 플라스틱 상자 하나가 진열됐다. 소니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상용 콤팩트디스크(CD) 재생기인 CDP-101이었다. 출시 가격은 16만엔대로 당시 일본 대졸 초임을 웃돌았다. 엔지니어들은 비싼 부품인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를 아끼기 위해 칩 하나로 좌우 소리를 번갈아 처리했다.
콤팩트디스크는 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LP의 잡음과 마모를 없애고 소리를 디지털로 재생하기 위해 1982년 선보인 광학 저장 매체다.
왼쪽과 오른쪽 소리가 11마이크로초 어긋나서 나왔지만 귀로 알아채는 소비자는 없었다. 소니 음반 자회사인 CBS/소니는 같은 날 CD 음반 수십 종을 매장에 함께 내놓았다. 첫 음반은 빌리 조엘의 앨범 "52nd Street"였다.
LP 레코드는 먼지가 앉거나 바늘에 긁히면 잡음이 났다. 지름 12센티미터 크기로 빛을 반사하는 은색 원판은 플라스틱 표면에 새긴 미세한 홈을 레이저 빛으로 읽었다. 판이 닳지 않았고 음악 애호가들은 리모컨 단추를 눌러 원하는 곡을 곧바로 찾아 들었다.
CD 규격은 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손잡고 진행한 공동 작업의 결실이었다. 두 회사는 실무진 회의를 거쳐 오디오 CD 기술 규격서인 "레드북"을 마련했다. 필립스는 광학 디스크 제조 공정과 변조 기술을 냈고, 소니는 오류 정정 부호와 고음질 규격을 보탰다. 원래 두 회사는 전 세계 동시 출시를 약속했다. 하지만 필립스의 공장 설비 준비가 늦어지자 소니는 일본 외 지역 출시를 반년 미루기로 합의하고 일본에서 먼저 기계를 판매했다.
단일 규격 합의로 음반 시장에서 제품 호환성이 확보됐다. 비디오테이프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베타맥스와 VHS로 갈라섰던 것과 달리 CD는 어느 회사 기계에 넣어도 똑같이 재생됐다.
음반사도 높은 마진을 남겼다. 플라스틱 원판 제조 원가는 1달러 안팎이었지만 매장 판매가는 15달러 안팎으로 LP보다 높았다. 음반 기획자들은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의 과거 명반을 CD로 다시 찍어 냈다. 음악 시장은 신보 제작 부담 없이 구보 재발매만으로 이후 두 세대 동안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음악 재생용으로 정한 원판 규격은 컴퓨터 저장 매체로 확장됐다. 기술진은 몇 년 뒤 이 원판에 컴퓨터 데이터를 담는 CD-ROM 규격을 발표했다. 플로피 디스크 수백 장에 들어가던 백과사전 한 질과 동영상이 650메가바이트 CD 한 장에 담겼다. 오늘날 쓰이는 DVD와 고화질 광디스크 규격인 블루레이(Blu-ray) 디스크가 여전히 지름 12센티미터 크기를 유지하는 출발점도 바로 CD 규격에서 비롯됐다.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꾼 방식은 훗날 실물 음반 시장 축소로 이어졌다. 원본 손실 없이 복제되는 디지털 데이터는 인터넷 파일 공유와 MP3 압축을 만났다. 음반 판매량은 급감했고 음악 소비는 스트리밍으로 이동했다.
다만 일본레코드협회(RIAJ)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음악 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CD를 비롯한 실물 음반에서 나왔다. 도쿄 매장에 처음 놓였던 은색 원판은 지금도 실물 매대를 지키고 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