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중국 소비대출 감소...구매 보조금으로 풀기 어려운 소득 불안과 빚 부담
주택대출 제외 소비대출 6월 말 1.7% 감소...세계은행은 소득 증가 둔화·집값 하락·기존 부채를 차입 부진의 배경으로 지적

중국에서는 정부가 냉장고와 자동차 구매대금 일부를 보태고, 소비대출 이자까지 지원한다. 올해 재정부는 소비대출 이자 지원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신용카드 할부도 대상에 넣었다. 그런데 주택대출을 제외한 소비성 가계대출은 증가에서 감소로 바뀌었다. 물건값과 이자 부담을 낮추는 지원이 이어져도 가계가 대출을 늘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이 소비성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전년 말보다 0.7% 늘었다. 하지만 올해 6월 말에는 전년 동기보다 1.7% 줄어든 20조 8,300억위안이었다. 주택 구입을 위한 차입을 빼고도 소비 목적의 대출이 줄어든 것이다. 구매 지원과 함께 나타난 이 감소를 이해하려면 가계가 추가로 빚을 질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소비대출은 오랫동안 빠르게 늘었다. 세계은행의 지난해 6월 중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대출을 제외한 소비대출 잔액은 2024년 말 약 21조위안으로, 10년 동안 4.4배로 불어났다. 소득과 소비가 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쉬워지면서 대출을 받는 사람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이 차입자의 신용을 판단할 정보가 많아진 것도 대출 확대를 도왔다.
그러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것과 더 받으려는 것은 다르다. 이 보고서에서 세계은행은 소득 증가세 둔화와 주택가격 하락, 높은 기존 부채 부담이 가계의 차입 의욕을 제약했다고 분석했다. 가계 전체 부채가 연간 가처분소득의 평균 139%에 이른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이미 갚아야 할 돈이 많은 가계에는 소비대출을 하나 더 받는 일이 앞으로의 상환 부담을 늘리는 결정이 된다.
소득 전망이 불안하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세계은행은 경제의 불확실성과 높은 부채 수준 때문에 소비자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빚을 더 지려는 의욕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도 앞으로 벌 돈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남는다. 구매가격을 낮추는 보조금만으로 이 판단까지 바꾸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주택시장 부진도 가계의 지출에 영향을 준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집값 하락과 신중해진 소득 전망이 가계의 은행예금 선호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보유한 집의 가치가 줄고 앞으로의 수입도 불확실해지면 소비를 늘리기보다 돈을 남겨두려는 이유가 커진다. 앞서 세계은행이 지난해 차입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한 여건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분석이 올해 소비대출 감소의 원인을 모두 밝혔다는 뜻은 아니다. 대출 잔액만으로 가계의 차입 수요와 금융기관의 대출 공급이 각각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나눌 수는 없다. 다만 가계가 돈을 더 빌릴 의사가 약해진 배경이 있었고, 정부 지원의 효과를 판단할 때도 이 사정을 함께 봐야 한다.
구매 지원이 실제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교체 보조금 대상인 가전과 가구, 전자제품의 그해 1~4월 판매가 두 자릿수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집계한 올해 1~8월 교체 지원 관련 상품 매출도 1조 5,500억위안이었다. 이 매출 전체가 보조금으로 새로 생긴 소비는 아니지만, 지원 대상 상품의 구매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실적만으로 가계가 빚을 내서라도 소비할 여력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중앙자금으로 지원하는 1등급 냉장고 등 가전의 보조율은 판매가의 15%이고, 개당 상한은 1,500위안이다. 이 지원은 구매 시점의 부담을 낮추지만 이후의 임금과 일자리, 기존 대출의 상환 부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세계은행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교체 보조금의 단기 소비 부양 효과를 인정하면서, 낮은 소비의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의료와 사회보장의 지원 범위를 넓히고 급여를 높이면 가계가 미래에 대비해 쌓아두는 저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7월에도 이 문제를 짚으며 사회안전망이 가계의 지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전 구매를 돕는 정책과 앞으로의 생활비를 걱정하는 가계 사이에는 이처럼 지원이 미치는 범위의 차이가 있다.
중국 정부는 9월 말 올해 소비재 교체 지원자금 2,500억위안을 지방에 모두 배정했다. 물건을 살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온 세계은행의 7월 진단에서도 주택시장은 조정 중이었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출에 신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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