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배터리와 비료가 쓰는 황, 탈탄소 전환기의 공급 위험

원유와 가스에서 회수하는 황에 의존...대체 채굴에는 생산비와 환경 관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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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4분

Illustration by Gemini

아람코가 2018년 봄 공개한 자료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베리 가스처리시설에서 회수한 황을 주바일 킹파드 산업항으로 운송해 수출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런던대학교(UCL) 마크 매슬린 교수 연구팀은 2022년 논문에서 세계 황 공급의 80% 이상이 이처럼 화석연료에서 황 성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료 처리시설에서는 다른 산업에 필요한 원료도 생산한다. 배터리 광물과 비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황의 공급량은 석유와 가스 처리에 좌우된다.

정유소와 천연가스 처리시설은 원료의 황 성분을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분리한 황화수소를 원소 황으로 전환해 회수한다. 연료를 태울 때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이 배출되는 것을 줄이는 공정이다.

이렇게 회수한 황을 가공해 만드는 황산은 현대 화학공업의 기초 물질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한 황의 약 90%는 황산 형태로 사용됐다.

인산비료 공장에서는 황산으로 인광석을 처리해 비료의 원료인 인산을 만든다. 인광석은 용해도가 낮아 작물이 바로 이용하기 어렵지만, 토양과 작물, 광석의 조건에 따라 인광석을 직접 시용할 수도 있다. 황산을 이용한 가공은 작물이 이용하기 쉬운 인산비료를 만드는 방법이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과 코발트를 광석에서 추출하는 고압산침출(HPAL) 공정의 수요가 더해졌다.

HPAL 공장에서는 황산으로 광석 속 금속을 녹인다. CRU의 2026년 분석에 따르면 니켈과 코발트가 포함된 중간재인 혼합수산화침전물(MHP)을 만들 때 그 안의 니켈 함유량 1톤당 통상 황 10~12톤을 사용한다. 황 투입량이 많은 만큼 황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비 부담이 커진다.

올해 중동의 수송 차질로 황 공급에 의존하는 산업의 부담이 현실화했다. 세계은행의 2026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황 교역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보고서는 모로코 비료업체 OCP가 정비를 앞당겨 2분기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황과 암모니아 공급 차질을 정비 일정 변경의 배경일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CRU도 2026년 분석에서 중동의 황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이 HPAL 생산자의 비용과 수익성을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황을 쓰는 두 산업이 같은 수송망의 차질에 노출돼 있다.

세계가 회수 황에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공급 방식의 변화가 있다. 프라슈(Frasch) 공법은 1903년 상업적으로 성공한 뒤 널리 사용됐다. 약 165도의 가압 온수를 지하에 넣어 황을 녹이고 압축공기로 지상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후 대기오염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정유소와 가스 처리시설의 황 회수량이 늘면서 저렴한 부산물로 직접 채굴한 황을 대체했다. 2000년에 미국의 마지막 프라슈 광산은 문을 닫았지만, 당시 폴란드에는 프라슈 광산이 남아 있었다.

회수 황의 공급량은 연료 처리량과 원료의 황 함량, 회수 기준에 영향을 받는다. 황 가격이 올라도 정유사가 황을 더 팔기 위해 원유 처리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정유사는 석유제품을 얼마나 팔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처리량이 줄어드는 동안 황산을 사용하는 산업이 성장하면 지금처럼 저렴하게 공급되는 황을 대체할 원료가 필요하다. 다만 처리하는 원유의 황 함량과 회수율이 높아지면 처리량 감소의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매슬린 교수 연구팀은 2022년 논문에서 이런 장기 위험을 수급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2021년 세계 황 공급량을 황산 약 2억 4,600만 톤으로 환산해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과거의 수요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40년 황산 수요가 4억 톤을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공급 측면에서 석유 소비 경로에 따라 회수 황의 공급량이 달라지는 것으로 계산하고 천연가스 등 다른 공급원의 공급량은 일정하다고 가정했다. 이 조건에서 수요 증가와 회수 황 공급 감소가 겹치면 공급 부족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전환기에 녹색기술 산업이 비료 산업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한정된 원료를 확보할 위험도 제기했다. 비료 생산에 필요한 황산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식량 생산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향후 경쟁의 강도는 두 산업의 황산 수요뿐 아니라 대체 공급과 원료 사용을 줄이는 기술에도 달려 있다.

가격이 오르면 황을 직접 채굴하거나 다른 광물에서 황산을 만들어 공급을 늘릴 여지도 있다. USGS에 따르면 석고와 무수석고에는 황 자원이 풍부하다. 매슬린 교수 연구팀도 직접 채굴을 확대해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프라슈 공법에는 열에너지와 폐수 처리 부담이 있고, 황화광물의 채굴 폐기물은 산성수와 중금속 오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석고를 탄소로 환원해 황산을 만드는 경로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따른다. 대체 공급은 가능하지만, 저렴한 부산물을 얻던 방식과는 생산비와 환경 관리 부담이 달라진다.

원료 수요를 줄이는 대안도 공정마다 다르다. 2022년 연구는 하수와 폐기물에서 인을 회수해 비료로 쓰는 방법을 인광석의 황산 처리 수요를 줄일 대안으로 다뤘다.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는 폐배터리와 제조 과정의 스크랩에서 니켈과 코발트 등을 회수해 새 배터리의 원료로 재사용한다.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광석에서 새로 추출해야 할 금속의 양과 그 과정에 필요한 황산 수요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보급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의 배터리 대부분이 아직 사용 중이어서 재활용할 폐배터리 공급이 신규 배터리 수요만큼 빠르게 늘지 못한다. 배터리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에는 생산량이 더 적었던 과거의 배터리에서 회수한 금속만으로 늘어난 원료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황 공급 부족 규모는 화석연료 소비가 줄어드는 속도와 앞서 제시한 대안들이 회수 황을 대체하는 속도에 함께 좌우된다.

베리 가스처리시설의 황 수출에서는 연료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공정을 통해 다른 산업에 저렴한 원료를 공급해 온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광물과 비료의 원료를 구매하는 기업들에 황은 필요한 생산재다. 그 황을 회수하는 설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시설의 일부로 가동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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