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역대 최대 매출에 적자 낸 진에어...늘어난 비용 850억이 모두 기름값
유가 관리 방안은 보고서에 없어...합병으로 덩치 커지면 위험 노출도 커져
올여름 하늘길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진에어가 상반기에 올린 매출은 7,833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4억원 늘었다.
그런데 같은 상반기에 영업손실 1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터라 1년 만에 손익이 315억원 줄었다. 2분기만 떼어 보면 매출이 18% 늘어나는 동안 영업손실은 423억원에서 731억원으로 불어났다.
상반기 보고서에는 비용을 성격별로 분류한 표가 나온다. 연료비, 정비비, 인건비, 공항 관련 비용을 따로 적어둔 표다. 2분기 비용은 4,3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50억원 늘었다. 그 표에서 연료비만 853억원 증가했다. 유류비를 빼면 나머지 비용은 오히려 3억원 줄었다.
진에어가 국내에서 사들인 항공유는 지난해 갤런당 3,075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갤런당 4,775원으로 치솟았다. 1년 만에 55% 뛰면서 상반기 연료비 2,736억원은 전체 매출의 3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 비중이 27%에 그쳤다. 2분기만 따지면 47%까지 치솟는다. 회사는 공시에서 "2분기에는 중동지역 분쟁이 본격화되며 유류비와 환율 상승에 의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항공사들의 실적은 화물 운임이 갈랐지만 진에어의 상반기 화물 매출은 102억원으로 전체의 1.3%에 그쳤다.
보고서 뒤쪽에는 회사가 시장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밝힌 대목이 있다. 환율 난에는 외화를 나눠 사서 급격한 변동 위험을 분산한다고 적었다. 이자율 난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따져 유리한 쪽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유가 난에는 가격 변동 폭이 커 영업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장만 놓여 있다. 정작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파생상품 거래 현황 난은 해당 사항 없음으로 비어 있고 항공유 대금은 월별 사용액을 쓴 뒤에 정산한다. 유가가 10% 오르면 반기 순이익이 272억원 줄어든다는 계산도 같은 보고서에 담겨 있다.
지난 21일 진에어는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 계열의 저비용항공사 셋을 하나로 묶어 내년 3월 통합 진에어로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합병 비율은 진에어 1주에 에어부산 0.2862684주다. 에어부산 합병으로 새로 발행할 주식만 4,660만주가 넘는데 현재 진에어 주식수는 5,220만주다. 에어부산도 같은 항공유를 쓴다.
주가는 5,910원이다. 합병에서 책정한 진에어 1주당 가치가 5,156원이었으니 시장은 그보다 15%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 웃돈에는 국적 저비용항공사가 아홉에서 일곱으로 줄어 운임이 올라간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다만 갤런당 1,700원이 이 회사의 상반기 실적을 뒤집었고 유가가 6% 낮았다면 상반기 영업손실은 나지 않았다. 덩치가 두 배가 되면 그 6%가 흔드는 돈도 두 배가 된다. 유가가 내려오면 이 회사는 아무것도 고치지 않은 채로 흑자가 된다. 통합 진에어를 사는 사람은 국제 유가도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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