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3.5조 벌고 734억 남았다...SK이노 순이익 지운 배터리 청구서
2분기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사이 2.9조 증발...분리막 손상 1.5조에 자회사 주가 연동 파생상품 손실 1.2조
올여름 주유소 기름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중동발 공급난이 길어지자 자동차와 기계에 넣는 윤활기유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에는 더없는 호재였다. 실제로 지난 4~6월 석 달간 매출 29조 1,572억원, 영업이익 3조 4,873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734억원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파는 정유사이자, 배터리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들을 둔 지주회사다. 지난 2분기에는 이 두 축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과 인천 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를 만들어 주유소와 시장에 공급한다. 2024년 11월 SK E&S를 합병하며 도시가스와 발전 사업을 품었다. 배터리 제조사인 SK온과,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상장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두고 있다. 상반기 매출의 64%가 이 같은 석유 사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 3조 4,873억원은 세금을 떼기 전인 세전이익 단계에서 이미 5,69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 외 부문에서만 2조 9,176억원이 새어 나갔다. 본업인 정유 사업에서 생긴 구멍이 아니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지난 2분기 공장과 설비 등 유형자산에서 손상차손 8,810억원, 처분을 앞두고 분류한 매각예정자산에서 평가손실 5,801억원이 발생했다. 두 항목을 합친 1조 4,611억원의 대부분이 배터리 분리막에서 나왔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에서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게 막는 핵심 소재다. 이 분리막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상반기 매출 754억원에 순손실 1조 4,095억원을 냈다. 중국 공장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돌리며 장부가를 "순공정가치와 장부금액 중 작은 금액으로" 다시 산정했다.
나머지 손실은 파생상품에서 발생했다. 2분기 이익과 손실을 상쇄한 파생상품 순손실만 1조 2,272억원에 달한다. 이 손실의 대부분은 자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주가수익스와프(PRS)에서 비롯됐다. 주가가 약속한 기준선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회사가 보전해 주는 계약 구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지난해 8월 3,000억원 유상증자를 할 당시 발행가는 2만 8,600원이었지만, 이번 합병 기준 주가는 1만 4,783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25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고, 발표 당일 주가는 장중 16.4% 떨어졌다. 시가총액 19조 7,623억원은 6월 말 유형자산 장부가 54조 6,553억원의 36% 수준이다. 이 값에는 정유 사업이 버는 돈보다 배터리와 소재 부문에 남은 청구서가 더 크다는 시장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 흐름을 뒤집으려면 분리막 공장 가동률이 올라오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가 PRS 정산 기준선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제마진이 아무리 좋아도 정유로 번 돈이 온전한 순이익으로 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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