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0연승, 머니볼의 데이터 혁신이 거대 자본에 삼켜진 역설
2002년 양키스 3분의 1 연봉으로 103승...공개된 효율은 거대 자본의 무기로

2002년 9월 4일 미국 오클랜드의 야구장. 큰 점수 차로 앞서다 경기 막판 동점을 허용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타석에는 팔꿈치 신경 손상으로 방출된 스콧 해티버그가 대타로 섰다. 해티버그가 친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끝내기 홈런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최다인 20연승을 확정한 장면이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이 기록을 세웠다. 그해 오클랜드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4,100만달러로 같은 103승을 거둔 뉴욕 양키스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직전 시즌 핵심 선수를 부자 구단에 모두 빼앗긴 오클랜드는 전통적인 스카우트의 직관을 버렸다. 타격 자세와 체격 대신 출루율과 삼진 대비 사사구 비율 같은 통계 지표에 매달렸다. 타율과 홈런에는 거액의 연봉이 따랐지만, 1루로 걸어 나가는 볼넷의 출루 가치는 시장에서 헐값에 머물렀다. 머니볼은 통계 모델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찾아내 승수를 쌓는 구단 운영 전략이다.
머니볼은 야구계의 상식을 바꿨다.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프로야구 무대가 통계 분석과 컴퓨터 모델을 구단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타율보다 출루율이 중요하고, 무리한 도루보다 아웃 카운트를 아끼는 편이 득점 확률을 높인다는 계산이 리그 전체의 표준으로 굳어졌다. 당대의 통념을 의심한 자리에서 새로운 판이 열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혁신의 비결이 책과 입소문으로 세상에 공개되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가난한 구단이 찾아낸 비효율의 틈새는 거대 자본이 메웠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통계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오클랜드의 방식을 통째로 흡수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구단들이 앞다퉈 데이터 분석팀을 꾸렸고 출루율 높은 선수들을 웃돈을 주고 쓸어 담았다. 시장의 학습이 끝나자 오클랜드가 누리던 가격 차익은 사라졌다. 같은 분석 모델을 쓴다면 자본이 많은 구단이 더 좋은 선수를 독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가난한 자가 찾아낸 시장의 빈틈은 더 큰 자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초과수익의 원천을 빼앗긴 오클랜드는 더 싼 비용으로 더 극단적인 효율을 끌어올려야 했다. 주축 선수들은 연봉이 오르기 무섭게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성적은 떨어졌고 팬들은 경기장을 외면했다. 낡은 경기장에 비가 새고 쥐가 출몰하는 사이 평균 관중 수는 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024년 9월 홈구장 콜리세움에서 마지막 홈경기를 치르고 56년간 머물렀던 연고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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