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38쪽 만화책으로 시작한 구글 크롬, 문서 뷰어 브라우저를 운영체제로 바꾸다
2008년 탭마다 독립 프로세스와 V8 자바스크립트 엔진 도입...단순 문서 열람 벗어나 웹 플랫폼 시대 열어

2008년 9월 2일 구글이 윈도용 웹 브라우저 크롬의 첫 시험 버전을 선보였다. 이날 38쪽 만화책 한 권을 함께 배포했다. 만화가 스콧 맥클라우드가 그린 이 책은 새 브라우저의 기술 원리를 담았다. 웹 브라우저 안의 탭마다 독립된 프로세스를 부여하고 자바스크립트를 기계어로 직접 번역하는 구조였다.
당시 웹 브라우저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지배했다. 점유율은 60%를 웃돌았다. 그때까지 브라우저는 서버에서 받아온 문서를 화면에 띄우는 열람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다. 브라우저 전체가 하나의 프로세스로 돌아갔다. 탭 하나에서 무거운 스크립트가 엉키면 브라우저 창 전체가 멈추고 꺼졌다. 구글 내부에서도 경영진이 "소모적인 브라우저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개발을 반대했다.
창업자들은 브라우저를 단순한 문서 열람 도구가 아닌 소프트웨어 구동 환경으로 다시 설계했다. 덴마크 개발자 라스 바크 팀이 자바스크립트 엔진 V8을 만들었다. 코드를 중간 단계 없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가 바로 읽는 기계어로 곧바로 바꿨다. 탭마다 별도의 메모리와 연산 공간을 할당하는 멀티프로세스 방식을 도입했다. 한 탭이 멈춰도 다른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 브라우저 창 하나하나가 독립된 프로그램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웹 서비스의 위상을 바꿨다. 크롬은 웹페이지를 띄우는 화면을 넘어 여러 웹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플랫폼이 됐다. 지메일과 온라인 지도, 웹 문서 도구처럼 연산량이 많은 프로그램이 PC 설치형 소프트웨어 못지않은 속도로 작동했다. 사용자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일일이 깔아 쓰지 않고 브라우저 안에서 모든 작업을 처리했다. 컴퓨팅의 무게중심이 데스크톱 운영체제에서 웹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시장의 판도는 빠르게 뒤집혔다. 크롬은 출시 4년 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현재 크롬은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의 65%가량을 차지하며 웹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자 개발하던 렌더링 엔진을 포기하고 크롬의 오픈소스 기반인 크로미엄을 자사 웹 브라우저 엣지의 엔진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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