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대한항공이 상반기 번 7,787억, 아시아나가 4,086억을 지웠다
12월 17일 합병 등기...아시아나 주주가 지던 손실 36%도 함께 넘어와

대한항공은 여객기 142대로 33개국 96개 도시를 오가고 화물기 23대를 따로 운항한다. 대한항공이 홀로 거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78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늘었다. 그런데 자회사를 묶은 연결 재무제표의 2분기 칸에는 2,071억원의 영업손실이 적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웠다.
대한항공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상반기 매출이 9조 5,3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1% 늘자 대한항공은 반기보고서에서 "탄력적인 노선 운영과 선제적 시장 대응을 통해 전 사업 부문에서 견조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라고 밝혔다. 여객 노선 매출이 5조 4,610억원, 화물 노선 매출이 2조 6,325억원이다. 다만 이 숫자는 모두 별도 기준이다.
연결로 보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8,011억원에서 3,103억원으로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 매출 3조 5,246억원을 올리고 4,086억원의 영업손실과 6,58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자산 11조 9,517억원 가운데 부채가 11조 7,382억원이어서 남은 자본은 2,136억원이다. 반년 치 순손실이 자본의 세 배를 웃돈다.
화물이 빠진 자리가 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4년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대한항공의 유럽 4개 노선 양도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파리와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노선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으로 갔고 화물기 11대와 직원 800명은 지난해 4,700억원에 에어인천으로 넘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노선 매출은 2024년 1조 7,19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767억원으로 급감했다.
통합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 있다. 업계가 꼽는 통합 효과는 연 3,000억~4,000억원 수준인데 아시아나항공이 반년 만에 지운 영업이익만 4,086억원이다. 3일에는 일본항공과 손잡고 주 250편인 일본 노선 공동운항을 통합 뒤 400편으로 늘리기로 했고 일본항공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까지 매입했다.
지금은 그 손실을 대한항공 주주가 다 떠안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6.1%는 다른 주주들이 쥐고 있어 상반기 순손실 6,588억원 가운데 2,932억원은 이들이 부담했다. 12월 16일 자정 합병기일이 지나면 그 부담도 고스란히 대한항공 주주에게 온다. 대한항공은 그 대가로 지금 주식 수의 5.5%인 신주 2,034만주를 발행한다.
주가는 1년 새 33% 올라 3만 200원, 시가총액은 11조 1,203억원이다. 반년 사이 연결 부채비율은 340%에서 391%로 치솟았고 지배주주 자본은 10조 9,540억원에서 10조 5,12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2월 17일 아시아나항공은 상장 폐지되고 반기보고서 주석 11에 매출과 영업손실이 따로 나오던 아시아나항공의 숫자도 그날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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